10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만화 작가 홍은영(여·44)씨가 출판사와 벌인 법정 분쟁에서 5년 만에 승소했다.

홍씨는 가나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 2000~2003년까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18권을 출판했다.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며 1000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홍씨에게 "367만부가 팔렸다"며 이에 해당하는 21억원의 인세만 줬다.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책이 1000만부 이상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홍씨는 2004년 1월 소송을 내, 3년 만인 2007년 1월 "미지급된 37억원의 인세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7년 5월, 이번엔 반대로 출판사 측이 홍씨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만화 영화 개봉을 무산시켰다는 이유였다.

2002년 이 책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홍씨로부터 넘겨받은 가나출판사는 2004년 7월 이 책을 토대로 만화영화 '올림포스 가디언'을 제작했고,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작가 홍씨는 "이 영화가 원작 만화의 본질을 훼손해,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영화 배급을 맡은 롯데쇼핑 측에 "영화를 개봉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를 받은 롯데쇼핑은 출판사와 배급 계약을 해지했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에서 추구한 '고유의 동일성'을 보호 받을 권리로, '저작재산권'을 타인에게 넘기더라도 저작자에게 남아 있게 된다.

가나출판사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았는데도 허위사실로 배급사를 위협했다"며 6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홍씨가 출판사 측에 1억70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주기동)는 "배급사는 홍씨와 출판사 측의 전반적인 갈등으로 인한 배급사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여 홍씨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