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KBS와 MBC·SBS 등 공중파 방송 PD 40여명이 대형 엔터테인먼트업체들로부터 거액의 주식과 현금 로비를 받은 단서를 확보하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6일 밝혀졌다.
이들 PD들은 업체에서 받은 주식을 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수사 대상에는 각 방송사의 국장급 PD만 10여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 PD 40여명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2005년 4월 팬텀엔터테인먼트(이하 팬텀)그룹 이도형 전 회장 등이 "소속 연예인들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방송국 예능·드라마·라디오 담당 PD 20여명에게 팬텀 주식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팬텀은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식 80여만주를 빼돌려 방송 PD들에게 무료 또는 한 주당 700~1000원을 받고 제공했다.
이후 팬텀은 주가가 4만원대까지 올라 그해 최고 '대박주'가 됐고, 10만주나 6만주씩을 배정받은 고위 PD들은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해 초 팬텀에 인수된 영화제작사인 '도너츠미디어'가 MBC와 KBS 등 방송사 고위 간부와 드라마·예능오락 담당 PD 10여명에게 이 회사 주식을 수만주에서 수십만주까지 제공한 단서를 확보하고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일부 PD들은 주식을 차명으로 받았다가 수사 과정에서 실소유자라는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도 PD들에게 주식을 배정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검찰은 이들 두 업체 외에 또 다른 대형 연예기획사가 PD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수사 불똥 튈라" 방송가 초긴장
대검찰청은 지난 4월부터 일부 PD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오다, 사안이 커지자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관련 사건을 모두 넘겨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PD-연예기획사' 간의 유착 비리가 워낙 고질적인데다, 뇌물 형태가 현금에서 주식으로 바뀌면서 물증 확보가 까다로울 것에 대비해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해 계좌추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 대상은 PD와 업체 대표 등을 포함해 50여명이고, 이중 상당수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일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여의도 방송가는 초긴장 상태다. 검찰은 주식 로비를 대가로 무엇이 오고 갔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사건에 연루된 PD와 연예인들의 줄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일부 PD들은 변호사와 지인을 통해 자신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는지를 검찰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텀은 어떤 회사인가
이 사건에 연루된 팬텀엔터테인먼트는 2005년에 혜성같이 등장한 초대형 연예기획사였다. 국내 4대 음반 기획사인 이가엔터와 비디오·DVD 유통 1위 업체인 우성엔터가 합병한 뒤, 골프공 제조업체이자 코스닥에 등록된 '팬텀'을 인수해 회사명을 '팬텀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같은 해 정상급 연예인매니지먼트 회사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까지 흡수해 '음반', '유통', '매니지먼트' 3대 축을 아우른 연예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스타급 연예인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기업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2005년 1월 300원 안팎이던 팬텀 주가는 그해 말 4만3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팬텀은 이듬해부터 경영권 분쟁과 횡령 사건 등 악재가 겹쳐 위상이 급격히 추락, '대박주'에서 '쪽박주'로 전락했고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번 PD비리 수사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이도형 전 회장은 증권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