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동기생 윤석민이 부러웠다. 자신은 볼만 빠른 투수였다. 그러나 이젠 완봉형 투수로 거듭났고 부러워했던 동기생이 바로 앞에 있다.
KIA 우완투수 이범석(23)이 완전한 선발투수로 진화했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말 2사후 노히트노런을 아깝게 놓쳤지만 1안타 9탈삼진 4볼넷의 완벽한 피칭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낚아냈다.
이번 완봉승은 본인 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범석은 이번 완봉을 계기로 에이스급 투수를 향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더욱이 자신의 마음속 경쟁자인 윤석민과 거리를 더욱 좁혔다.
창주기계공고 출신인 이범석은 2005년 2차2번 지명을 받아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2차1번 지명선수는 야탑고 출신 윤석민이었고 1차 지명선수는 광주일고 출신 곽정철이었다. 모두 빠른 볼을 구사하는 파워피쳐들이었다.
한 살 아래인 윤석민은 신인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범석은 부진했다. 사실상 패전처리용 투수였다. 볼만 빠를 뿐 제구력이나 볼끝이 볼품이 없었다. 결국 8경기에 1패만 남기고 6월초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오른쪽 어깨부상과 팔꿈치 인대재건수술을 받았다.
이범석에게 2006년은 재활의 시간이었다. 재활군에서 볼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그 사이 윤석민은 2006년 소방수로 전업, 5승6패19세이브 방어율 2.28를 마크, 완전한 팀의 주전투수로 성장했다.
이범석이 기회를 잡은 것은 지난 해부터였다. 27경기에 등판 승리 없이 3패를 당했고 방어율 4.64를 마크했다. 두 차례의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5회를 버티지 못했고 8⅓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다.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윤석민은 선발투수로 전환 7승18패 방어율 3.78로 잠시 주춤했다.
올해 이범석은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했다. 컨디션 조절 실패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2300개의 볼을 던지며 갈고 닦은 컨트롤과 강속구의 위력이 뒤늦게 나타났다. 4월12일부터 내리 3경기 불펜투수로 나서 무실점행진을 벌였고 마침내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그리고 5월7일 광주 삼성전에서 6이닝 5피안타 5삼진 1실점(비자책)의 쾌투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이후 몇차례 부진한 투구를 하고 3연승을 올리며 선발투수 자리를 지켰다. 앞선 6월29일 롯데전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으나 패전투수가 되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날 눈부신 완봉역투로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잡는 기틀을 다졌다.
경쟁자 윤석민은 올해 8승을 따내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범석은 5승5패 방어율 3.07. 아직은 윤석민이 자신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첫 승을 따낸 뒤 이범석은 "그동안 입단 동기생 윤석민에게 경쟁심 때문에 한마디로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스스럼 없이 물으며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팀은 2005년 신인들인 윤석민에 이어 이범석의 성장으로 젊고 강한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완봉형 투수로 거듭난 이범석이 동기생 윤석민과 함께 당장 4강 대공세의 두 축으로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두 영건이 KIA의 숙원인 우승을 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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