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인지도 모르고 출연했어요."
영화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에서 깡패 이원술 역으로 출연한 정재영은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이 '공공의 적' 시리즈인지도
몰랐다. 강우석 감독의 "코미디 영화 한편 찍자"는 얘기에 그러기로 약속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영화가 '강철중'이었다. "'공공의 적'
시리즈였으면 출연한다고 안했죠. 아무래도 부담이 큰 작품이니까요." 영화 팬이라면 강철중과 맞대결을 펼치는 악당 역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성재 정준호가 연기한 전작들과의 비교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그 부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재영은 기존의 엘리트적인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 이원술을 만들어냈다. 특히 입에 착 붙어있는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전라도 사투리는 진짜 시골 출신으로 착각할 만큼 리얼하다. 그런데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순수 서울 토박이다.
정재영이 그려내는 이원술은 그 말투처럼 이중적이다. 도시와 시골, 존댓말과 반말, 깡패와 사업가 등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원술은
선과 악이 뒤섞여 있는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공공의 적'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원술은 남자로서 기백도 있고 싸움도 잘해서 인간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그러나 이 영화는 깡패영화가 아닙니다. '공공의 적'은 결국 도망가다 잡히는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죠." 그는 그동안
깡패를 미화해온 영화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15세 관람가인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관람하고 그동안 과도하게 멋있게 그려졌던 깡패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
"영화에서도 말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강철중과 이원술도 무대포에 폭력적인 성격이 비슷하지만
학창시절 유혹에 넘어갔느냐 안넘어갔느냐에 따라 달라진 거죠."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분량이 줄었지만 자칫 깡패가 미화될 수 있는 부분이 삭제된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 "이원술이 가족을 걱정하는 인간적인 면이 강조되는 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나중에 빼시더라고요. 저도 그 장면이
들어가면 깡패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첫 악역 도전에 전작과의 비교라는 부담을 이겨낸 정재영은 이런 희생을 통해 '공공의 적'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작이 사회악인 한 개인을
다루었다면 강철중은 깡패라는 집단이 사회악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감독님 말처럼 코미디 영화니까 실컷 웃고 즐기면서 '강철중'을 보시면 좋겠어요.
단 청소년들이 깡패가 악이라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박종권 기자 scblog.chosun.com/tony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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