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사는 박철영씨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까지의 출근길에 매일 아침 홍역을 치른다.

박씨는 아침 7시면 신리초등학교 앞에서 1550번 좌석급행버스를 탄다. 박씨가 버스를 타면 그 버스는 수지 지역을 빠져 나가는 데에만 30~40분 정도 걸린다. 이 버스가 수지고속화도로에 진입하기까지 거쳐가는 정류장이 무려 20개 정도이기 때문. 이렇게 박씨는 출근길에 쏟아 붓는 시간은 두 시간이나 된다. 박씨는 "수지 전체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버스 노선 때문에 승용차를 얻어 타고 아예 수지고속화도로 입구인 동천동 현대홈타운에서 1550번 버스를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경우뿐만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용인 시민들이 구불구불 돌아가는 좌석급행버스 노선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용인시가 대대적인 버스노선 개편에 나섰다.

9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강남대 앞에서 시민들이 5001번 좌석급행버스를 타고 있다. 용인시내엔 버스 정거장 수가 많 고 이에 따라 운행시간이 더뎌 이용객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인서 서울 출퇴근 빨라진다

현재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려면 좌석급행버스를 거의 두 시간 정도 타야 한다. 거쳐야 하는 정류장이 많은데다 시내에 진입하면 정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인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선 광역버스를 타고 신갈, 구성, 오리, 분당 시내를 경유해야 하거나 처인구 곳곳을 구비구비 돌아 수원IC를 거쳐 서울로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급행이 아니라 완행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되는 경기도와 용인시의 간선버스 개편에 따라 타야 하는 시간이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좌석급행버스의 경우 정류소를 줄이고 환승정류소에만 정차해 바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게 된다. 총 20개 노선 92대의 버스가 개편 대상이다. 환승정류소는 수지물류센터, 죽전역, 기흥역, 민속촌삼거리, 공용버스터미널 외에 남사면, 이동면, 원삼면, 백암면 등이 논의 중이다.

경기대에서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좌석급행버스의 경우 현재 경기대~수지지역~23번국지도 판교IC 등 56개 정류장을 정차하여 출근길 운행시간이 거의 두 시간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수지지역의 환승거점을 출발하여 판교IC~서초IC~강남으로 이어지는 7개의 정류장에만 정차하여 운행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된다.

단국대에서 광화문을 운행하는 좌석급행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이 노선은 단국대~죽전지역~오리 ~분당 등 43개 정류장에 정차 후 판교IC로 진입하여 강남~한남대교를 거쳐 광화문까지 출근시간 대에 거의 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개편 이후엔 죽전·분당지역의 환승정류장을 출발해 판교IC~한남대교~서울 구간 18개소 정류장을 거쳐 광화문까지 1시간으로 운행시간이 줄어든다.

◆시내·마을버스 오래 안 기다린다

용인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마을버스도 좌석급행버스 개편에 맞물려 7월중 증차되거나 신설된다. 좌석급행버스 환승을 쉽게 하기 위해선 지선버스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흥구의 경우 구성택지개발지구~단국대 구간 마을버스가 신설된다. 또 지곡동~기흥구청~강남대(구갈3지구)를 운행하는 54번 마을버스가 2대에서 3대로 늘어 배차간격도 40분에서 20분으로 절반 단축된다. 코리아골프장(기흥단지)~보라동~보정역 구간 51-1번 마을버스, 신갈 청현마을~연원마을~보정역 56번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각각 6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다. 지곡동 써니밸리~청현마을 구간 28번 마을버스는 1대에서 2대로 차량을 늘리면서 2개 노선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수지구의 경우 상현동 LG자이~죽전역 구간 2-1번 마을버스는 배차간격이 28분에서 17분으로 단축된다. 여기에 죽전지구~죽전역~수지구청을 순환하는 순환 마을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될 계획이다.

이밖에 처인구청, 기흥구청, 수지구청을 잇는 시내버스 노선도 7월 중 신설된다. 이 버스는 용인TR, 처인구청후문, 명지대입구, 행정타운, 수원동마을, 강남대, 기흥구청, 면허시험장, 죽전역, 수지구청 등 11개 정류장을 지날 계획이다. 또 처인구 주북리~유림동~용인터미널 구간 순환 시내버스가 신설된다. 수지구 동천동 손골~죽전역 운행 17-1번 마을버스는 이미 2일부터 2대에서 3대로 늘어나 배차시간이 40분에서 30분으로 단축됐다.

한편 시민들이 장류장에서 도착예정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버스정보시스템 구축공사가 9월부터 시작된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버스위치와 도로교통상황을 고려해 도착예정시간을 컴퓨터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시민들이 정류장마다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단계 구축사업에선 수지구, 기흥구, 처인구에 총 100개의 단말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서정석 용인시장은 "현재 용인에서 교통 사각지대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며, "이 조사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