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이 18~22일 세종M씨어터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린다.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바람둥이 '돈 후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수많은 여인을 유혹하며 엽기 행각을 일삼다 지옥불에 떨어지는 호색한의 이야기다.
이 오페라 포스터에는 돈 조반니 역을 맡은 김민석씨가 상반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을 안고 있다. 뒷모습만 나오는 이 여인에 대해 서울시오페라단은 "러시아 모델을 섭외해 찍었지만 이 모델은 실제 오페라에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럼 왜 모델의 누드 사진을 썼을까. 홍보팀 윤정인씨는 "작품 전체의 내용을 상징하기도 하고, 홍보 효과도 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페라에 등장한 나신(裸身)
포스터뿐 아니라 실제 오페라에도 노출 신이 종종 등장한다. 지난해 한국오페라단이 공연한 '리날도'와 '라 트라비아타'에는 가슴을 완전히 노출한 여성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한국오페라단 홍보마케팅팀 오유진씨는 "우리 무대에선 드문 경우라 화제가 됐지만 해외 오페라에 누드가 등장하는 건 흔한 일이고 극의 진행상 자연스러운 장면이었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피에르 루이지 피치는 "미적으로 적합한 장면에서 누드를 활용하면 아름답고 진실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벗기면 성공한다?
해외 무대에서는 더 과감해진다. 올 3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가 공연될 당시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에는 "이 오페라에는 누드의 가수와 연기자가 출연하니 성인만 관람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올랐다.
1986년 '살로메' 역을 맡은 소프라노 마리아 에윙은 '일곱 베일의 춤'을 부르다가 마지막에 옷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살로메가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며 일곱 베일의 망사를 한 꺼풀씩 벗는 유명한 장면으로,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반면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노출 장면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뉴욕시티 오페라단이 공연한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에선 합창단원들이 전라(全裸)로 무대에 등장했다. 2001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에서는 1막부터 성기 노출, 집단 성행위 장면이 나왔다. 200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선 주연을 제외한 여성 출연자 대부분이 속옷 차림이었다. 관객들은 주연보다 다른 데 시선을 돌리기에 바빴다.
2005년 스위스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에서 상영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에는 포르노 배우 에르베 피에르 귀스타브가 등장했다. 이 배우는 제우스 신이 황소로 변장해 에우로파를 겁탈하는 장면에서 제우스 역을 맡았다.
◆오페라에 왜 누드 신이?
엄숙한 장르였던 오페라가 과감해진 이유는 뭘까? 음악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오페라 시장에서 영상물의 비중이 커지면서 듣는 음악에서 시각적 예술로 점점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출 신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흥행에 효과가 있을까. 한국오페라단 오유진씨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잠시 화제가 되긴 하지만, 야한 장면 하나만을 보려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오페라에도 등급 제한 있나
오페라에도 영화처럼 나이에 따른 등급 제한이 있을까. 공연법상으론 없다. 오페라를 포함한 모든 공연물은 원칙적으로 8세 이상이면 볼 수 있다. 모든 공연물은 영상진흥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걸러지는' 공연은 거의 없다.
영상진흥위원회 공연추천부 박경미 과장은 "일주일에 두 번 심의위원들이 모여 포스터나 사진, 프로그램 내용 등을 검토해 심사를 하는데, 등급은 따로 없고 연소자(18세 미만)에 유해한가 무해한가만 판단한다"고 했다. '유해성 있음'으로 판단되면 18세 이상 관람 가능하지만 오페라의 경우 '가볍게' 심의를 통과한다. 박 과장은 "단지 노출이 있는 한두 장면 때문에 걸리지는 않고 그 장면이 전체 내용에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뮤지컬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공연법상 등급 제한은 없지만 기획사가 대본이나 기존 공연 때의 관객 반응,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관람 제한 연령을 자체적으로 정한다. '미스 사이공'의 경우 2006년 개막 당시 '12세 관람가'로 출발했다가 일부 관객의 항의를 받고 '13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시 관람가'로 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