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 교복을 입은 여중생 일곱이 깔깔대며 플랫폼에 도착한 지하철에 뛰어올랐다. 똑같은 교복만큼이나 맞춘 듯한 것이 있으니, 일(一)자로 똑 떨어지게 잘라 돌돌 말아 올린 앞머리였다. 요즘 중고생부터 30대 초반까지 남녀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일명 '버섯머리'. 앞머리가 정수리부터 수북이 앞으로 쏟아진 모양이 버섯형태 과자인 초코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초코송이 머리'라는 애칭도 붙었다. 인기가수 서인영이 시작한 스타일이어서 '서인영 머리'라고도 불리고, 남자 버전은 'MC몽 스타일'로 회자된다.
신봉선, 신정환 등 연예인들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도 유행에 가세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머리가 아니라서 더 하고 싶었어요. 도회적인 느낌도 들고요. '웃긴다'는 반응보다는 '세련됐다' '개성있다'는 평이 더 많던 걸요?" 최근 버섯머리 스타일로 변신한 회사원 정다정(31)씨의 얘기다.
◆앞·뒷머리 돌돌 말아 서인영 스타일로?
버섯머리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 전체를 층 없이 잘라 돌돌 말아올린 것. 2년 전 드라마 '연애시대'를 타고 인기 끌었던 '헬멧머리(일명 손예진 머리)'와 다른 점이다. 뒷머리에 층을 많이 내 날리는 것처럼 자르는 섀기커트는 유행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대신 층 없이 묵직하게 자르는 할로(halo)커트가 대세. 정수리부터 앞머리가 흘러내려오기 때문에 가르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서인영 스타일을 만들어낸 헤어 디자이너 미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씨는 "인영씨의 경우 숱이 많고 머리카락이 뜨는 스타일이어서 단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 머리를 시도했다"고 했다. "머리카락이 가는 사람이 숱이 많아 보이고 싶거나, 이마와 뒤통수가 납작한 사람들이 짱구처럼 보이고 싶은 때 효과 만점인 스타일이에요." 얼굴이 긴 사람들에게도 좋다. 일자 앞머리가 얼굴이 짧아 보이는 착시효과를 주기 때문.
미희씨는 "매일 드라이를 하기 힘든 일반인의 경우엔 헤어롤을 마는 방법도 있지만 롤스트레이트파마를 해주는 게 관리하기 편하다"고 했다. 여성용 버섯머리를 할 땐 앞머리를 눈썹과 눈 사이 길이로 자르고 2~3주에 한번씩 잘라주면서 길이를 유지한다. 뒷머리 길이는 귀를 살짝 덮는 미디움커트, 턱선까지 오는 보브단발, 어깨선 길이 등으로 연출할 수 있다. 교복을 입는 학생인 경우 너무 길지 않은 보브단발이 잘 어울린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모두에게 어울리지는 않는 법. 얼굴이 동그랗거나 볼살이 많은 여성들은 피할 것. 눈이 큰 여성과도 궁합이 맞지 않는 스타일이다.
◆짧은 일자 앞머리로 MC몽 따라잡기!
버섯머리의 남자 버전인 'MC몽 머리'는 10~20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MC몽처럼 머리 전체를 바가지 형태로 자르는 스타일부터 앞머리만 일자로 잘라 동안(童顔) 느낌을 주는 변형 스타일까지 있다. 선을 따라 가위로 오려낸 것 같다 해서 전문용어로는 '라인(line) 커트'라 부른다.
MC몽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박철 에스휴 원장은 "60~70년대 비틀즈 느낌에서 모티브를 얻어 복고 스타일로 연출했다"고 했다. 앞머리는 여자보다 짧게 자른다. 눈썹 위 2~3㎝ 정도까지 잘라주면 자연스럽다. 동그란 느낌을 살려주려면 볼륨파마가 필요하다.
헤어디자이너 황순영(정샘물)씨는 "개성이 워낙 강한 스타일인데다 코믹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앞머리는 짧게 자르되 뒷머리를 비대칭으로 넘겨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모발이 뻣뻣한 남성은 볼륨무스를 바르고 난 뒤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고, 곱슬머리는 찬바람으로 말리면 날림이 적다.
눈이 작거나 입체감이 적은 얼굴에 포인트를 주기에 적당한 스타일. 자칫 웃겨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튀는 의상으로 개성을 한껏 살리는 게 좋다. 평범한 옷을 입었다간 머리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앞머리를 자른다고 해서 누구나 MC몽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사각턱이나 광대뼈가 튀어난 사람은 소화하기 힘들다. 이런 얼굴형은 앞머리를 뒤로 모두 넘겨 올백 스타일을 하는 것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