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생계를 꾸려가도록 무담보로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비영리 기관 '사회연대은행'이 지난 28일 대구 동구 동대구약사회관 2층에 문을 열었다. 이번 개소(開所)로 지금껏 자금대출을 위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가야 했던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대구·경북 사람들만을 위한 대출금 조성도 가능케 돼 앞으로 더욱 많은 지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02년 서울에서 처음 만들어진 사회연대은행은 대구를 포함해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은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1인가구 기준 46만3000원) 120%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게 창업에 필요한 임대 보증금, 시설 보수비 등을 최대 2000만원까지 빌려주고 있다. 하지만 창업을 통해 저소득계층의 자활을 유도하는 방침상 단순 생활비 명목으로는 대출이 안 된다. 또 성인오락실 등 사치향락업종 역시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은행이 지원 받는 기금의 성격에 따라 대출제외 업종은 약간씩 다를 수 있다"고 은행 측은 말했다.

이와 더불어 돈을 빌려가 장사를 시작한 사람은 돈을 모두 갚을 때까지 은행의 컨설턴트와 업종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경영노하우 등도 배울 수 있다.

30일 대구시 동구 신천동 사회연대은행 대구사무소에서 김형군(왼쪽) 소장이 대 출상담을 받으러 온 시민과 상담을 하고 있다. 이재우 기자

대구사무소가 생기기 이전 다른 지역 사무소를 이용한 주민들의 평가는 좋다. 지난해 7월 2000만원의 돈을 대출해 미용실을 운영 중인 이동신(李東信·여·34·동구 반야월)씨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으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었고 운영방법 등도 배운 결과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배나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금대출희망자는 매월 은행이 홈페이지(www.bss.or.kr)를 통해 창업자금신청모집을 알리면 우편, 팩스, 방문접수 등을 통해 주민등록등본, 기초수급증명서, 건강보험영수증 등을 우선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은행은 서류심사 통과자에 대한 현장실사(신청자 면담), 직능(기술)심사, 최종심사 등의 검증과정을 가진 후 대출여부를 결정한다. 은행 측은 "창업준비 상태가 좋고 실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으면 돈을 대출 받기가 유리하다"며 "신청 후 실제 돈을 받기까지는 한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빌려간 돈에 대해선 연리 2% 미만의 이자가 붙으며 대출자는 3개월 후부터 45개월 동안 매달 일정액을 갚아 나가면 된다.

연대은행 대구사무소는 앞으로 지역민들만을 위한 대출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와 도, 지역 내 기업 등에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달 17일 사회연대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구청이 기금조성 등에 앞장서는 '희망의 실현창구' 운동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지원과 장인숙(張仁淑·여·40) 담당은 "보다 많은 구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구청이 앞장서 지금까지 1308개 기업과 연예인 등에 후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사회연대은행 대구사무소 김형군(金炯君·48) 소장은 "대구시와 경북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은행, 기업 등이 저소득층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 준다면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에 대해 각 기관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