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20㎝ 길이의 머리띠 모양 시계의 장점은 고막이 상한 청각장애인들 있는 사람들도 자명종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죠. 청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귀를 막아야만 자명종 소리가 들릴 거에요. 한번 실험해 보시겠어요?”
정상엽(20·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1년)씨가 자신의 팀이 발명했다는 '머리띠용 자명종 시계'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시계를 귀 옆에 갖다 댔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두 손으로 귀를 막아보자 신기하게도 "뚜뚜~"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보통 음파는 외이도, 고막, 청소골, 달팽이관을 거쳐 소리로 인식되지만 이 시계의 경우엔 음파가 고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청소골로 바로 전달됩니다. 고막이 상했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귀를 막았을 때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 원리 때문입니다."
지난 달 29일 오후 2시쯤. 서울 연세대 공학원 강당은 100여명의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날 시작된 '창의전시회'를 보러 온 학생들. 두 개 층에 걸쳐 설치된 173개 부스에는 '머리띠 자명종 시계'와 같은 등 젊은 공학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작품, 실험결과가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연세대 공학도들의 축제인 창의 전시회는 지난 2003년 시작돼 올해로 여섯 번째다. 학교로부터 60~8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학생들이 학년별로 3~4명씩 팀을 이뤄 직접 발명한 작품과 아이디어를 이틀에 걸쳐 일반인들에게 선보인다. 지난 전시회에 출품됐던 일부 작품들은 실용화되거나 특허를 획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곰 인형이 아이 울음을 멈추게 한다
이날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양은중(18·전기전자공학부 1년)군 등 신입생 3명이 함께 만든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해주는 곰 인형(calm down Baby)'. 양씨 등은 태어난 지 1년 미안의 신생아들이 일정한 주파수의 소리를 들으면 울음을 멈춘다는 사실을 우연히 TV를 통해 알게 된 후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신생아들은 어머니의 심장박동 소리와 양수 소리를 들으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껴 울음을 멈춘다고 해요. 그 소리와 유사한 음파를 만들어내는 인형을 만들면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이들은 진공청소기 소리나 비닐을 문지를 때 나오는 소리 등을 섞어 어머니의 심장·양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진동판에 소리를 저장한 뒤. 인형 내부에 끼워 넣었다. 진동판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소리를 낸다. 양군은 “실제 산부인과에 찾아가 두 명의 신생아에게 실험을 해 본 결과 인형 소리를 들은 두 명 모두 20초 안에 울음을 멈췄다”고 말했다.
◆자동으로 회전하는 옷걸이
4학년 학생들 3명이 함께 만든 '자동으로 회전하는 옷걸이'도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발로 버튼을 밟으면 20여 벌의 옷이 걸려있는 높이 2의 옷걸이가 천천히 회전한다. 조준형(23·기계공학과 4년)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옷을 즐겨 구입하는 젊은이들이 좁은 공간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옷걸이가 무엇일까 고안하다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밖에 ‘말린 상태로 자동으로 접히는 우산’, ‘김치박스를 자동으로 들어 올려주는 김치냉장고’, ‘자동으로 빛이 나와 잠을 깨워주는 안대’ 등의 아이디어 상품들도 학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전시회를 둘러본 김정훈(24)씨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작품이 많았다. 어떤 작품은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상조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일반인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는 없지만 전시회를 통해 교육 성과를 함께 나누고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