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31일부터 1일 새벽까지 진행된 미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물대포를 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물대포를 맞아 뇌출혈 증세로 치료를 받는 시민이 발생하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1일 새벽 청와대 부근 효자동, 삼청동, 경복궁역 인근 등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2만여명(경찰추산)을 강제 해산하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수차례 물대포를 쐈다.

경찰은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1일 오전 4시20분쯤 최종 강제진압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물대포와 함께 인질사건이나 대테러 진압 등에 투입되는 경찰특공대 110여명을 선두에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위로 올라간 시위대를 끌어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위대는 정부 종합청사 방향으로 밀렸고, 다시 광화문 앞과 인사동 입구 안국동로터리, 종로2가와 종로1가 등으로 후퇴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를 추가로 연행했다.

경찰은 1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메트로 1호선 종각역 근처에서 마지막까지 시위를 벌이던 500여명에 대해 강제해산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중상자 일부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기도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는 박모(37)씨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이후 경찰에 가슴과 머리 등을 구타당한 뒤 뇌출혈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정모(23)씨와 이모(18) 군은 물대포에 고막이 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이날 경찰 진압과정에서 시위가담자 60여 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으며, 이중 10여명이 중상이라고 주장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고등학생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측은 "비무장 상태의 시위대들에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물대포를 쏘는 등 폭력 진압을 하는 것은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응 방안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변호인단과 상의해 경찰 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는 경찰의 강경 진압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돌고 있으며, 폭언을 한 전경으로 추정되는 전경의 이름과 신원까지 공개된 상태다.

이러한 사진과 글을 본 네티즌은 "어떻게 사위대 머리 위에서 물대포를 쏠 수 있느냐", "이게 진짜 사진 맞냐", "경찰이 해도해도 너무했다"는 글을 올리며 경찰 진압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또 진보신당 측이 "경찰이 임산부까지 무차별 연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측은 "연행된 한 여성이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고 '내가 임산부이고, 임신한 지 8주째 됐다'고 주장했다"며 "실제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서 조사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해당 여성은 현재 서울 모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틀간 시위로 총 228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3명을 훈방하고 나머지 225명을 서울 시내 20개 경찰서에서 분산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연행자 228명 중 남성 196명, 여성은 32명이다.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해 연행된 시위가담자는 총 467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