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때의 일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이 답답한듯 덕 클락을 불렀다. "아, 볼을 왜 쳐. 그러니까 좋은 공이 안 들어오잖아." 부진한 클락에게 한소리를 했다. 클락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면 "수비와 주루는 좋아. 하지만 공격력은 크루즈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라고도 했다.
"지금도 그렇게 느끼시는가"하고 물어봤다. "허, 허" 웃는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만 하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모자란 게 없다. 장타력에 해결능력까지 있다. 3박자를 갖춘 타자에서 업그레이드된 '팔방미인' 타자다.
'팔방미인' 클락, 그의 방망이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몸쪽 공을 가장 잘치는 용병
투수들의 첫번째 공략 포인트는 몸쪽이다. 몸쪽 공은 특별히 기술적인 배팅이 필요하다.
투수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컨트롤이 잘못될 경우 큰 것으로 연결될 수 있어 함부로 찌르기 힘들다.
이 몸쪽 공 공략에서 좌타자 클락은 역대 용병 중 첫 손가락에 꼽힐만 하다. 몸쪽 공을 치려면 팔이 몸에 붙어서 나와야 한다. 팔이 떨어지면, 소위 '퍼지는 스윙'이 되면서 몸쪽 공을 칠 수 없다. 간단히 생각해도 공이 몸과 떨어진 팔 아래쪽으로 들어오는데 스윙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이렇듯 팔이 몸에 붙어나오면서 스윙이 빠르고 간결하다. 몸쪽 공 공략의 교본이다. 13일까지 기록한 12개의 홈런 중 11개가 이같은 스윙에 걸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그 중 10개가 펜스가 짧은 대전과 청주구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는 전형적인 중거리 타자다.
▶직구는 금물
스윙이 빠르고 간결하다고 했다. 당연히 빠른 직구에 강하다. 시속 140㎞ 중반대의 직구는 클락의 '밥'이다. 12개의 홈런 중 7개가 직구를 노려쳤다.
좋아하는 코스는 높은 공이다. 몸쪽 공도 강하지만 바깥쪽 코스도 잘 친다. 한화 장종훈 타격코치는 "공을 보는 눈이 좋다. 약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타자다. 마이너리그 시절 감각이 좋지 않을 때 배팅장갑을 벗고 쳤다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맨손이 아무래도 감을 느끼는 데는 좋을 것"이라고 칭찬한다.
이와 함께 클락의 타격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발이다. 100m를 11초대에 뛴다. 가끔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내는 센스도 있다. 슬럼프에 빠질 경우 빠른 발과 센스는 좋은 해결방안이 된다. 클락에게 신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렇다면 약점은?
장 코치는 완벽한 타자라고 칭찬했다. 그런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흠이 없을 수는 없다. 분명 공략 포인트는 있다.
클락을 분석한 상대팀의 리포트를 살짝 들어보자. 일단 공략 코스는 낮은 공이다. 직구에 강하니 구질은 변화구가 안성맞춤이다. 클락은 종종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공에 잘 속지 않는다. 시범경기 때는 방망이가 잘 나갔는데 이제는 그래도 잘 참는다. 하지만 여전히 클락의 아킬레스건이 그 곳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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