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스트리트형 쇼핑몰', 국내 최초 '복층형 오피스텔', 국내 최초 '돔 구조 개방형 쇼핑몰'…. 지난 12년간 경기도 고양시에서 탄생한 '국내 최초' 공간들은 모두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루를 초단위로 쪼개 살며, 매 순간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청원건설 배병복(51) 회장은 '한국의 디벨로퍼(Developer)' 중 한 사람으로 불린다. 디벨로퍼는 단순 부동산업자가 아니라, 대규모 뉴타운 건설과 도시재개발사업에서 선견(先見)과 통찰력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도시를 조성하는 사람을 뜻한다. 1990년대 초, 배 회장은 대기업들이 선점하던 고양시 일산 신도시 건설에 뛰어들어 독특한 오피스텔, 상가를 지어 잇달아 분양에 성공했다.
충청남도 서산에서 나고 자란 배 회장은 한때 '마도로스'를 꿈꿨다.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호령하는 뱃사람이 멋져 보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1년6개월간 원양어선을 탔지만, 함께 한 뱃사람들과 마음이 맞지 않아 다시 뭍으로 돌아왔다. 서울로 올라와 방황하던 배 회장은 27세 때 우연히 돈을 빌려 상가 건물을 짓게 됐다. 배 회장은 시장 조사를 거쳐 분양 수요자보다 상가가 적은 건물을 지었다. "자리가 많지 않으니 사람들이 앞다퉈 들어오려고 하더군요." 이런 '경쟁 심리'를 이용한 배 회장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분양은 성공했다.
◆상상력으로 탄생한 '복층형 오피스텔'
고향과 가까운 충남 홍성, 대천 등지에서 건설업을 이어가던 배 회장은 1993년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던 고양시를 찾았다. 행주산성을 포함, 고양시 일대를 쭉 둘러본 후 갑자기 "이 곳이 사업을 펼쳐야 할 곳"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배 회장은 정발산 근처에 단독주택 10채를 지으면서 '일산 사업'을 시작했고, 1996년 ㈜청원건설을 창업했다.
먼저 일산 호수 근처에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나섰다. 오피스텔 시장은 이미 삼성, 나산, 청구 등 대기업이 뛰어든 상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생 업체가 대기업들의 전쟁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것이다. 디자인도 특이했다. 배 회장은 국내 최초 '복층형 오피스텔'을 고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 복층형으로 짓느라 분양가도 높은 '청원 레이크 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국 입주자들의 문의는 쏟아졌고, 분양은 성공했다.
첫 오피스텔 분양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배 회장은 1997년 8월 바로 옆 자리에 두 배 규모의 땅을 사 오피스텔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IMF에 직격탄을 맞았다. 땅도 되팔고 집도 생전 처음 월셋방으로 옮겨야 했다. 배 회장은 "IMF때 겸손을 배우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좋은 이웃이 있는 아파트가 꿈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는 왜 없을까.' 국내 최초 스트리트형 쇼핑몰 일산 '라페스타'는 배회장의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배 회장은 미국, 호주, 일본 등 외국을 돌아다니며 배운 쇼핑몰 문화를 한국 문화에 접목시켜, 2003년 일산 장항동에 2만1800㎡(6600평) 규모의 쇼핑몰 '라페스타'를 지었다. 1년간 60명이 넘는 직원들과 밤샘 회의를 하며 철저히 기획한 결과였다. 최근 라페스타는 국제쇼핑센터협회(ICSC)에서 국제 디자인 개발상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7년 문을 연 쇼핑몰 '웨스턴 돔'의 성공도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쇼핑이 가능하게 하자"는 배 회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배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2012년 고양시에 들어설 국내 최초 한류 테마파크 '한류우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테마파크 기획자 게리 고다드와 함께 최근 한류우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또 킨텍스 내 들어설 스포츠레저 시설과 스노우 파크, 상업시설 등이 결합된 신개념 스포츠몰도 배 회장의 작품이다.
배 회장은 요즘 새로운 꿈을 꾼다. 푸른 숲에서 좋은 이웃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현재 청원건설이 일산 식사지구에 분양중인 '블루밍위시티' 아파트는 녹지율이 47%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보통 1층에 있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옮겨 가능했다. 필로티(기둥으로 건물을 들어올려 차나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공법) 공간까지 포함하면, 녹지율이 54%에 달한다. "제가 지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희열이 느껴지지요. 그 순간이 바로 건설업의 매력입니다."
청원건설은…
1996년 창립한 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을 개발해왔다. 2003년 국내 최초의 스트리트형 쇼핑몰‘라페스타’를 개발했고, 2007년 국내 최초 엔터테인먼트 마켓몰‘웨스턴돔’을 지었다. 2004년 국내 건설업체 중 매출액 기준 142위에 올라 건설업 1군에 속했다.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시행에 초점을 맞추는 ‘복합디벨로퍼’로 본격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