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정확한 숫자를 절대 알 수 없는 게 세 가지라고 한다. '인구' '요리' '한자(漢字)'다. 헤아릴 수 없이 많기도 하지만 모두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들이어서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청(淸) 성조(聖祖) 애신각라 현엽은 무치(武治)를 문치(文治)로 포장하기 위해 어명을 내린다. "모든 글자가 다 든 책을 만들라."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6년 동안 만든 책이 '자전(字典)'이다. 자전은 6세기 양(梁) 고야왕(顧野王)의 옥편(玉篇)과 함께 어휘집의 대명사가 됐다. 성조의 연호가 강희(康熙)여서 자전도 강희자전(康熙字典)이라 불리게 됐다.
최근 중국사회과학원 문헌출판사가 강희자전을 CD로 제작해 중국 고문헌의 디지털화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CD에는 총 5만7557자가 실렸다. 원래 '강희자전'에 수록된 4만7035자에 비해 1만522자가 늘었다. 현재 중국 대표자서(字書)인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보다도 3000여 자가 많다. 늘어난 한자의 대부분은 '강희자전'에 수록된 글자들에 대한 각종 이체자들이다.
그렇다고 이 CD가 가장 많은 한자를 수록한 것은 아니다. 1994년 출판된 중화자해(中華字海)에 8만 5000여자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화자해 또한 현존하는 모든 한자를 수록하지는 못했다.
현재 유니코드(Unicode, 전세계 주요 언어를 포괄하고 있는 컴퓨터 코드체계)에 수록된 한자는 7만4000자가 넘는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을 위시한 한자권 국가들은 국제협의기구 IRG를 통해 지금도 유니코드에 등록되지 않은 신출 한자를 추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제안해 유니코드에 등록된 한자는 1만8065자이며, 그 뒤 2200자를 더 찾아내 IRG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한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자문화권에서 누군가가 한자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銀) 갑골(甲骨)에 보이는 글자는 4500자, 한(漢) '설문해자'에는 9000자, 양(梁) 옥편에는 2만자, 송(宋) '유편(類篇)'에는 3만1000자, 명(明) 자회(字�)에는 3만 3000자, 1986년 출간된 '한어대자전'에는 5만 4000 자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