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민감한 야구팬들에게 '150'은 설레는 숫자다.

 실력이야 어떻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눈길이 간다. 현장 야구인들도 어떤 투수가 150㎞를 던진다고 하면 한 번 더 쳐다본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투수의 구속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소위 공끝이라고 하는 공의 위력과 관련한 구속에 관심이 있었지 숫자로 찍혀진 구속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최동원, 선동열 정도에게서나 '150'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을뿐 대부분의 투수들은 스피드가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구속보다는 컨트롤이 잡혀야 투수라는 말을 듣는다. 투수를 'thrower'가 아닌 'pitcher'로 일컫는 것은 투수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컨트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미국 일본 어디든 '150㎞'는 늘 화제가 된다. 그래서 요즘 KIA 마운드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 KIA가 광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등판시킨 투수 4명중 3명이 150㎞의 광속구를 뽐냈다.
왼쪽부터 한기주(최고시속155㎞) 윤석민(151㎞) 이범석(154㎞) 임준혁(150㎞) 곽정철(152㎞)







왜 많은가?
연고 호남 아마자원 풍부
신인 스피드 최우선 선발
 

  ▶광속구 투수들의 산실, 타이거즈

지난 2006년 5월 광주에서 KIA와 경기를 벌인 SK의 한 관계자는 "저쪽 팀은 나온 투수 죄다 150을 넘기더만. 우리는 한 명도 없는데"라며 부러워한 적이 있다. 당시 KIA는 한기주 선발에 윤석민 신용운 등이 중간계투로 나왔었다. 모두 150㎞를 가볍게 던졌다.

현재 KIA는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로 떨어진 뒤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만큼은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바로 스피드가 좋은 유망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7일 SK전서 선발 이범석은 최고 154㎞의 빠른 공을 앞세워 데뷔 4년만에 첫승을 거뒀다. 3번째 투수로 나온 임준혁도 150㎞를 가볍게 꽂으며 무실점으로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마무리 한기주는 2006년 데뷔 때부터 150㎞를 웃도는 강속구로 화제가 됐던 대형 유망주. 지난달 22일 이후 보름만에 등판해 녹슬지 않은 구속을 선보이며 조범현 감독의 걱정을 덜어줬다. 삼성 박한이를 상대로 삼진을 잡을 때 최고 153㎞의 광속구를 던졌다.

KIA에는 이밖에도 선발 윤석민, 중간계투 곽정철과 이동현, 왼손 양현종 등이 최고 150㎞를 뿌릴 수 있는 강한 어깨를 지녔다. 1군 엔트리 투수 12명 가운데 무려 7명이 150㎞를 자랑한다. 다른 팀들이 KIA 마운드를 평가할 때 이 부분에 주목한다. 한화의 경우 류현진과 토마스를 제외하면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다. 롯데도 중간계투 최대성만이 150㎞ 이상을 던지는 유일한 투수다.

 ▶왜 타이거즈는 빠른가

KIA에 강속구 투수들이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 일단 연고지인 호남 지역의 아마추어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한기주 양현종(이상 동성고) 곽정철(광주일고)이 연고지 고교 출신들이다. 또 하나는 KIA 스카우트팀의 고유한 특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인을 고를 때 공이 빠른 투수를 우선 순위에 넣는다.

KIA 스카우트팀은 "스피드-하드웨어-제구력-변화구 순서로 유망주를 살펴본다"고 말한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부서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KIA는 유독 스피드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KIA 강태원 스카우트는 "이범석의 경우 2005년 입단 당시 공을 채는 손목의 힘이 유난히 좋아 보였다. 몇년 키우면 강속구 투수로 괜찮겠다 싶었는데 조금씩 잠재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 스카우트는 80년대 선동열, 김정수, 문희수, 송유석, 신동수 등이 젊은 시절 150㎞의 빠른 공을 뿌렸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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