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기담'의 감독과 배우들이 시네토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 영화제의 슬로건에 걸맞게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 출품작이 상영되고 있는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내 멀티플렉스 C극장에서 2일 오후 9시 50분께 '기담'(감독 정가형제)의 시네토크가 열렸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기자가 진행을 맡았고 정가형제 감독과 주인공 김태우, 이동규, 김보경 등이 참석했다.

JIFF 한국영화쇼케이스 섹션에 초청된 '기담'은 1942년 경성의 신식 병원인 안생병원에서 벌어지는 세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공포영화로 해외 여러 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 받고 국내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이날 '기담' 시네토크가 영화 상영 후 늦은 시간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꽉 매운채 감독 및 배우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제의 묘미를 즐겼다. '기담'의 시네토크는 열띤 분위기 속에 1시간 이상 진행되며 영화인과 관객들이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장으로 만들어 나갔다. 사회자인 달시 파켓의 질문이 끝나자 관객들로부터 질문요청이 쇄도했고 감독과 배우들은 재치 있고 성실한 답변으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특히 마지막 관객의 질문에 정가형제 감독이 "영화의 촛불장면은 폭풍이 닥치기 전 따뜻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영화를 마무리 하고 싶어 삽입한 장면이다"며 "관객분들과 저희가 얘기를 하고 느끼는 이 느낌도 따뜻한 시간이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진심어린 소감을 밝혔다. 이에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한 관객들은 퇴장 인사를 하고 나가는 감독과 스태프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통역을 맡은 스태프의 잦은 실수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시네토크의 감동적인 분위기를 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달시 파켓 - 형제가 같이 영화를 찍게 된 동기는

▲정범식 감독 - 어린시절부터 사촌 동생인 정식 감독과는 함께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면서 같이 예술 영화 등을 많이 보러 다니게 됐다. 이후 둘 다 영화를 전공했고, 언젠가는 영화를 같이 하겠지 했는데 '기담'을 통해 꿈이 이루어 졌다.

달시 파켓 - 한 작품을 두 감독과 작업했는데 각각의 감독의 스타일이 다른점이 있나

▲김태우 - 두 분이 사촌 형제지만 친형제 이상의 사이로 지낸다. 함께 작업하는 동안 한번도 의견충돌을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고,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더 좋은 의견을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해야겠지(웃음). 한 분이랑 하는 듯 아주 편하게 즐겁게 촬영했다.

달시 파켓 - 기존 공포영화와 다른 느낌을 연출한 이유는

▲정식 감독 - 공포영화가 무섭고 공포스럽기 보다는 그것이 아름다움과 섞였을 때 나오는 분위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달시 파켓 - 세가지 이야기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 했나

▲ 정범식 감독 - 세 배우가 형제는 아니지만 한 몸처럼 다툼도 없고(웃음). 농담이다. 세 가지 에피소드가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중 부부 캐릭터로 우리나라에서 김태우 씨와 김보경 씨가 최고였고, 살인범과 바보까지 연기해야 하는 이수인 역에는 이동규 씨가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은 원하는 대로 캐스팅이 잘됐다.

달시 파켓 - 배우들은 '기담'에 출연하며 전작과 다른점은

▲ 이동규 - '기담'이 나에게 세 번째 영화였다. 이전 작품 속 캐릭터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인간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아주 의미 있는 시도였고 작품이었다.

김보경 - 지금까지 연기하며 두 사람이지만 한 사람 같은 듯한 느낌으로 연기했다. 상대 역인 김태우 씨가 '연기를 할 때는 너는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고, 나는 너밖에 없다. 두 몸이지만 한 몸처럼 연기해야 한다' 했다. 이 작품은 연기에 대한 문이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김태우 – 김보경 씨와 한 몸이 되려고 노력했고(웃음). 이 영화가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 시대극이나 공포영화로는 처음인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공포가 아닌 멜로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래야 관객들도 비밀을 간직한 내 캐릭터를 헷갈려 하지 않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달시 파켓 - 영화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 이동규 -기술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눈물이 나더라.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김보경 - 영화를 찍으며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찍어서 이게 과연 공포영화가 될까, 코믹 영화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평상시 공포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기담'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봤다. 정직하게 등장하는 귀신들이 마음에 들었고 전체적인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김태우 - 시나리오를 받고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이다.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기담'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완성된 느낌이 참 좋았다.

관객 - 수인 캐릭터를 절름발이로 설정한 이유는

▲이동규 -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수인 캐릭터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제안했던 것이다.

정범식 감독 - 제가 설명하자면 오랫동안 리딩연습을 하고 일어났는데 이동규 씨가 다리에 쥐가 나 절더라. 그 순간 이거다 생각했다(웃음).

관객 - 김태우 씨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 캐릭터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태우 - 제 캐릭터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안하고 그냥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 멜로영화 느낌으로 연기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보시는 분들이 헷갈리지 않고 이야기와 조화를 이뤄 보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달팽이가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정범식 감독 - 콜럼비아 컴퍼런스에 초청돼 갔을 때 차이나 타운에서 맛있는 달팽이 요리를 먹었다. '이 맛이다'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달팽이를 그로테스크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규격화된 것이 아닌 이미지, 느낌은 알수 있을 정도를 원한 것이다. 달팽이에 대한 대답을 마련하지 못해 계속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있다(웃음).

관객 - 촛불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

▲정범식 감독 - 마지막 촛불장면은 영화 속 정전이 돼 수인이 초를 들고 병원을 나오는 모습과 이어지는 장면이다. 편집할 때 공포영화에 너무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냐며 넣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촛불장면은 폭풍이 닥치기 전 따뜻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영화를 마무리 하고 싶어 삽입한 장면이다. JIFF에서 많은 분들과 오랜 시간동안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게 된 것 같다. 얘기를 하고 느끼는 느낌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금 관객들과의 만남이 따뜻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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