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미국산 쇠고기 괴담(怪談)'의 확산을 막기위해 2일 긴급히 마련한 관계 장관 합동 기자회견은 오후 3시에 시작해 2시간 4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정부 측에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이 참석했다. 또 신동천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위원 등 민간 전문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부는 이 기자회견의 이름을 당초 '끝장 토론'이라고 붙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이 자리에서 모두 풀어주겠다는 의미였다. 기자회견은 언론과 정부간 치열한 공방전 분위기로 진행됐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서둘러 개방한 배경 등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정부측 참석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정치적인 접근이 아닌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정부·전문가의 답변.

2일 정부 세종로청사 별관에서 미국산 쇠고기 관련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 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2시간 40분간 지속됐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광우병 진짜 안전한가

―지금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미국산 쇠고기가 100% 안전한 가 여부다.

"미국에서 앞으로 광우병이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이 100만 마리 당 0.02마리라는 수치를 낸 적이 있다. 미국에서 1억 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한 두 마리 정도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검사, 도축과정, 우리 검역 시스템 등 2중~3중 장벽으로 막아낼 수 있다."

―광우병 통제가 가능한 것인가.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은 없나.

"과학의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한다. '과학적으로 정말 완벽한가, 위험성이 전혀 없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얘기할 수 없다'라는 정도는 과학자들이 전부 알고 있다. 하지만 광우병이 관리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앞으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건가.

"과거 광우병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에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100만분의 1정도 였다. 제로(0)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극히 미미하다. 절대적으로 0%라 말하긴 어렵지만, 광우병 발생 확률은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수치다."

―OIE는 과학적인 기준보다는 강대국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OIE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만큼 간단한 기구가 아니다. 172개국이 가입되어있고, 1924년에 만들어져 벌써 80년이 넘었다. OIE 기술위원회는 이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그 분야에 정통한 이들이 심사를 하고 있다."

◆인간 광우병이 유행할 가능성은

―올 4월에 미국 버지니아 주에 22세 된 여성이 광우병 의심증상으로 사망했다. 이 여성의 사망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문제되는 곳은 영국이다. 최고 정점일 때가 2000년이었다. 광우병이 인간에 옮아 최대로 잠복하는 기간이 10년 정도인데, 1980년대 후반에 감염된 환자는 이미 모두 드러났다. 버지니아 여성이 인간 광우병으로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 전 세계의 유행은 이미 끝났다. 과도하게 인간 광우병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만약 그 환자가 인간 광우병으로 확인되면 다시 수입제한을 할 수 있나.

"OIE가 판단하는 '광우병 위험 통제국'은 인간광우병 발생 여부와는 무관하다. 인간 광우병 환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고 해서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라는 미국의)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중 많은 수가 사실은 인간 광우병 환자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내가 신경병리학자인데 병리학적으로 알츠하이머로 분류된 환자가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광우병 아니냐는 말은 그야말로 괴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 등에서 (인간광우병 증상에 대해) '뇌(腦)송송 구멍탁' 이런 표현을 쓰는데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왜 서둘러 개방했나

―2007년 10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중국 등 주변국 협상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 불리한 협상을 빨리 진행했나.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 해(害)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 다른 나라가 언제 협상을 했고, 어떻게 협상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국민의 건강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OIE가 광우병 통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이 아닌 지위로 떨어진다든지, 혹은 OIE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경우는 재협의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재협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축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172개국 정부가 참여한 국제기구. 1924년 출범했고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들로 하여금 쇠고기 수출입 관련 안전성 기준을 기본적으로 OIE의 권고 내용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OIE 기준보다 강화된 조건을 원하는 국가는 별도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정위험물질(SRM)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소의 부위. OIE는 미국처럼 광우병을 스스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국가에서 생산된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편도·소장 끝부분 등 2개 부위, 30개월 이상 소는 편도·소장 끝 부분·등뼈·등뼛속 신경·머리뼈·뇌·눈 등 7개 부위를 SRM으로 규정하고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소 나이 30개월 기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광우병에 걸렸던 소는 대부분 30개월 이상인 경우였다. 때문에 생후 30개월이 넘은 소가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OIE도 수출입이 금지되는 SRM 개수를 30개월 미만 소에선 2개, 30개월 이상인 소에선 7개 부위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