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부산물을 사료로 이용해 고품질 계란을 생산하고, 이 사료를 미국에 수출까지 하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
충북 청원군 북이면 대율리 김경식(68)씨의 양계농장은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했다. "우리 양계장은 계분 냄새가 거의 안 납니다. 악취가 심하면 동네 한복판에서 닭을 기를 수 있겠습니까." 김씨 농장이 청결을 유지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고품질의 사료를 먹여 닭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농장에서 자라는 닭은 인삼 부산물을 먹는 '귀하신 몸'이다. 홍삼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발효시켜 일반사료에 배합해 먹이로 준다. 분뇨의 성분을 바꿔 농장환경을 개선하고 계란의 품질도 크게 높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인삼 성분을 넣고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김씨 농장의 계란은 일반 계란의 두 배를 받으면서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웬만한 농가는 납품하기 힘든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김씨 농장의 '홍삼유정란'은 계란 부문 매출 1위를 기록중이다.
김씨는 30년전부터 인삼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업으로 양잠을 하던 그는 뽕잎에 인삼잎 삶은 물을 뿌려준 결과 누에 성장이 매우 좋아지는 것을 발견하고 양계에도 이를 적용하게 된 것. 처음엔 인삼찌꺼기를 너무 많이 배합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5년여의 연구 끝에 적절한 배합비율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인삼성분 외에도 녹차, 은행잎, 깻묵 등 다양한 성분을 함께 배합해 사료로 사용한다.
"우리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노른자의 색이 선명하고 비린 맛이 나지 않아요. 좋다는 것은 다 먹이는 덕분이죠."
김씨는 2003년 '홍삼을 이용한 닭사료 제조방법'의 특허출원과 상표등록을 마쳤고, 청원군 향토지적재산에도 등록했다. 김씨의 성공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교포가 인삼사료 샘플을 요청했다.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을 받고 500㎏의 인삼사료를 보냈고, 앞으로 수출물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농산물 수입개방이 당장은 농민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겁니다.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먹거리를 생산하면 가격이 비싸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오늘도 가업을 잇는 아들 대일(37)씨와 양계용 유기농 사료를 연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