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어디에서나 접속 가능한 무선 네트워크,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사립 학원 열풍, 수풀이 무성할 정도로 방치된 야구장….'
전문가들이 전망한 2025년 어느 날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풍경이다. 워싱턴포스트(WP) 주말 매거진은 최신호(27일자)에서 "17년 전인 1991년까지도 소련이 존재했고, 웹(web)·이메일·휴대전화는 생경한 것이었다"며 2025년 워싱턴의 모습과 시민들의 생활상을 두 가지 가상 시나리오로 소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첨단 기술의 혜택으로 더욱 번창해 미국 최고의 부자 도시가 된 워싱턴의 미래. 시민들은 시내 어디에서나 무선 네트워크인 '아메리웹(AmeriWeb)'에 접속할 수 있다. 전기 충전식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보급되고, 시간제 주차 시설에선 정부 지원을 받아 충전소가 들어선다. 워싱턴 모뉴먼트(약 169m)보다 높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한 고도 제한이 폐지돼, 시내를 흐르는 포토맥 강을 조망할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공립 학교 대신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는 사립 학교가 대세를 이룬다. 특히 중국·인도·한국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사립 아카데미가 우후죽순 생겨나, 미국인과 비(非)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도 이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워싱턴으로 이주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물론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엔 뉴욕 맨해튼의 한 유대 교회 인근에서 소형 핵폭발물이 터져 9·11 테러의 2배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안한 일부 워싱턴 시민들은 방사능 물질의 분포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예의주시한다. 9·11테러로 인한 공포는 점차 잊혀가지만, 사이버 공격이 기승을 부려 정부와 기업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워싱턴을 사이버 테러와 통제의 도시로 묘사한다. 10년 전(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내전 당시 시간제 송전과 차량 운행 제한, 사이버 테러 등으로 고통 받은 이후 시민들의 이주가 가속화한다. 인근엔 위성 수도(首都)가 건설되고, 방치된 워싱턴 내셔널 파크 야구장엔 코요테가 서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시 진입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차량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보안 허가 칩을 몸에 내장하지 않으면 반드시 검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