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가 이달 초 텍사스 서부에 위치한 일부다처교(一夫多妻敎) 집단 근거지에서 구출해낸 어린이 416명에 대한 DNA 검사에 나선다. 텍사스 당국은 지난 3일 50세 남성과 강제 결혼한 뒤 성적·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16세 소녀의 구조 요청을 받고 이 종교집단의 근거지를 수색, 여성 139명과 어린이 416명을 구출했다.
연합뉴스 4월 21일 보도
문제의 종교단체는 '근본주의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FLDS·The Fundamentalist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라는 집단이다. 모르몬교로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측은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집단"이라고 밝혔다.
FLDS의 교주는 워렌 제프스(52)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약 1만여 명으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등에 집단 거주한다. 제프스는 FLDS를 이끌던 아버지가 2002년 98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지도자가 됐다. 80명의 아내와 200여 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진 제프스는 여자 아이와 성인 남성의 결혼을 주선한 혐의, 강간 사건의 공범 혐의 등으로 FBI의 '10대 수배자'에 이름이 올랐고, 2006년 8월 체포됐다.
◆미국의 일부다처 현황
미국은 1884년 의회에서 일부다처제를 금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일부다처를 인정하고 제한적으로 실시했던 모르몬교 역시 1890년 일부다처제의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등 서부 지역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아내를 많이 두고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천국의 가장 높은 단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약 2만~4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세계의 일부다처제
1967년 미국의 인류학자 조지 머독(Murdock)이 세계 849개 사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3.5%(708개)가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람 국가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일부 지역에 일부다처제가 남아있다.
일부다처제가 선호됐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남편의 성적 만족 때문이다. 아내가 산후나 수유기에 남편과의 잠자리를 터부시하는 경향 때문에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경우다.
또한 일부다처제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효율적인 방편으로 사용됐다. 이슬람의 경우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 성전(聖戰)의 영향으로 남성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슬람은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집트의 경우만 해도 지난 50년간 4명의 아내를 둔 남성이 95% 줄어드는 등 일부다처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는 남편들은 여러 명의 아내를 얻어 농경과 가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여러 부인을 둔 남자는 부와 명성을 과시하게 된다. 집을 지을 때도 남편의 집이 한가운데 있고 오른쪽에 첫째 부인, 왼쪽에 둘째 부인, 다시 오른쪽에 셋째 부인의 집을 짓는 방식으로 공동체를 구성한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약탈과 침략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에서 일부다처제는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며 "여성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양성 평등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부다처제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에서도 2명 이상의 부인을 둔 경우가 5%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