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 이저리그에서 '매니저(manager)'는 감독을 뜻한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매니저는 야구단 전체의 실질적인 살림을 도맡아 하는 주무 역할이다. 선수들이 편히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먹고, 자고, 입는 모든 일을 책임진다. 특히 원정경기중엔 매니저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매니저가 들고 다니는 법인카드 한도는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소 5억원부터 무한대까지 있다. 지난 20일 대구에서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치른 LG 조상수 매니저를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과연 매니저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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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도착전
원정경기 마지막날(4월20일)은 가장 분주하다. 대구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에서 오전 8시 눈을 뜨자마자 구단 자체 이메일 시스템(PIS)를 통해 전날 2군 경기 보고서를 체크한다. 코칭스태프 인원수만큼 프린터로 출력한다. 제일 먼저 김재박 감독의 방으로 가 문 밑으로 보고서를 밀어넣는다. 감독이 자고 있을지 몰라 늘 보고서는 문 밑으로 집어넣는다.
곧바로 호텔 카운터로 가 2박3일 체류 비용을 정산한다. 숙박비, 식대, 음료비 등을 포함하면 대략 2000만원이 지출된다. 원정 3연전 평균 비용이다. 이날은 오후 2시부터 낮경기로 진행돼 선수단의 아침 식사 시간이 10시30분부터다. 오전 10시 서둘러 식당으로 가 식당 매니저와 함께 식단을 점검한다. 식사 인원을 전달하고, 메뉴를 체크한다. 식사 15분 전 또다시 감독방으로 올라간다. 벨을 누르자 김감독이 문을 열어주었다. 이미 정리 정돈을 끝낸 짐가방을 매니저에게 건넨다. 매니저는 감독의 가방을 챙겨 버스에 실어준다.
이어 매니저는 선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2대의 버스에 실린 선수단 짐을 분주히 체크한다. 호텔 지배인에게 선수들이 묵었던 방을 다시한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러는 동안 매니저는 아침 끼니를 놓치기 일쑤. 오전 11시 선수단은 야구장으로 출발.
▶야구장에서
야구장에 도착하자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외야로 이동한다. 훈련에 앞서 선수들이 매니저를 빙 둘러싼다. 이때만큼은 감독도 부럽지 않다. 매니저는 선수들에게 경기 이후 스케줄을 전달한다. 이날은 마침 그룹 계열사인 LG 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임직원들이 마련하는 회식이 있었다. 회식 시간은 오후 6시. 이전에 야구장 인근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출발한다고 알려줬다. 일정 전달이 끝나자 매니저는 전력분석팀이 타고 다니는 승합차를 빌려 타고 인근 사우나로 향했다. 단체 예약을 하기 위해서다. 40명에 이르는 선수단이 한꺼번에 씻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를 해야한다. 일반 손님이 많을 경우 출발 시간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코스는 대형 마트. 경기 전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을 주전부리용 스낵과 비타민 음료, 선수들이 경기중에 먹을 과일 등을 구입했다. 김감독은 과일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맛있는 과일 고르는 법도 LG 매니저의 필수 항목. 낮경기라 선수들은 5회가 끝난 뒤 클리닝타임에 간식을 먹어야한다. 대부분 빵을 선택한다. 야구장 인근에서 가장 맛있다는 빵집을 찾아 넉넉하게 빵을 구입한다.
12시30분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온 매니저는 1루측 원정 응원석으로 올라가 이날 응원을 온 계열사 직원들에게 응원도구를 건네주고, 아울러 LG 응원법을 강의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 그라운드로 내려오더니 글러브 하나를 손에 들고 외야로 뛰어나간다. 타자들이 친 배팅볼을 주워 바구니에 담는다. 훈련 지원까지 하는 것이다.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의자에 몸을 기대고 짧은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상대팀인 삼성 김정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음료수와 얼음을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라운드에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매니저들끼리는 수시로 전화를 주고 받으며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한다.
▶야구장 출발후
경기는 기분좋게 7대3으로 승리, 2연승을 거뒀다. 1승이면 한국시리즈 우승, 1패면 10연패한듯한 분위기가 구단버스에서 연출된다고 한다. 이날은 기분좋게 서울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회식이 끝난뒤 버스에 몸을 싣는 순간 선수들은 전원 깊은 잠에 빠져든다. 매니저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때부터 서울 구단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출발 시각과 도착 예상시각을 알린다. 야구장 문과 라커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세탁소에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을 정한다. 이런저런 잡무를 보다 보면 잠을 잘 수 없다.
밤 12시.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옷을 갈아입고 모두들 떠났다. 하지만 매니저는 원정기간 사용한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구단 사무실 컴퓨터에 앉는다. 조 매니저는 새벽 1시가 지나서야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조상수 매니저는?
인천고 포수 출신인 조 매니저는 지난 99년 삼성에 입단했다. 고교시절 대표팀에서 이승엽(당시 경북고 투수)과 배터리를 이룬적도 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오래 하지 못하고 지난 2001년 은퇴했다. 이후 LG 현장 직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6시즌부터 1군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조 매니저는 "야구단 매니저는 긴장의 연속이다. 선수단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선수단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정작 임신 6개월된 아내 이은경씨는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며 지면을 통해 미안한 뜻을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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