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치러지는 남미 파라과이 대선에서 61년간 권력을 독점해 온 집권 콜로라도당이 좌파 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신부(神父)'라는 별명을 가진 페르난도 루고(Lugo) 야당 후보는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 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톨릭 신부 출신인 그는 30여개 좌파 단체가 연합한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을 이끌면서 돌풍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1947년 이후 계속된 1당 장기 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집권 콜로라도당은 파격적으로 여자 농구선수 출신인 블랑카 오벨라르(Ovelar) 전 교육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오벨라르 전 교육장관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으며, 다른 야당 후보인 리노 오비에도(Oviedo) 전 육군 참모총장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제·농구선수·육군 총장 출신 3파전 20일 파라과이 대선에서 격돌하는 유력 후보들. 왼쪽부터 페르난도 루고 전 가톨릭 신부, 여자 농구 선수 출신의 블랑카 오벨라르 전 교육장관, 리노 오비에도 전 육군 참모총장.

다급해진 니카노르 두아르테(Duarte) 현 대통령은 이웃 국가의 좌파 정권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우고 차베스(Chavez)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파라과이 쪽으로 얼굴도 돌리지 말라"며 "베네수엘라 등 좌파 국가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루고 전 신부를 돕기 위해 파라과이에 잠입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도 파라과이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루고 전 신부가 이들 국가에 공급하는 수력발전 전력의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