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송종국과 서울FC 이상협이 격한 파울로 양팀선수들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

인기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K리그에서도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는 라이벌 구도로 인기 있는 매치입니다. 영국의 아스날과 맨유, 스페인의 레알과 바르셀로나 같이 전통적 라이벌 매치가 리그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K리그의 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작 두 팀간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긍정적인 것들뿐 아니라 부정적인 것들까지도 외국을 답습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난 2일, 서울에서 두 팀이 맞붙은 시합은 정규리그보다 중요성이 덜한 컵 대회임에도 2만3000명의 관중이 들어와 라이벌 매치의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시작과 그에 걸맞게 진행된 승부의 내용과는 달리 경기의 마무리는 쓸데없는 신경전과 폭력으로 얼룩졌죠. 사실상 2:0으로 수원의 승리가 확정된 후반 인저리 타임에 서울의 이상협이 수원의 송종국에게 거친 태클을 하는 과정에서 송종국이 태클을 피하다 이상협의 발을 밟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의 김한윤이 송종국을 밀치며 충돌하였고, 결국 송종국과 이상협이 동반 퇴장되며 사태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미 승부가 확정된 상황에서 벌어진 전혀 필요 없는 충돌은 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죠.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경기에 패하자 격렬한 문구가 등장하는 서울FC서포터즈들 사진=스포츠조선

경기 내내 서로 욕설을 주고받던 일부 서포터들은 시합 후 구장 밖에서 2라운드를 펼쳤습니다. 원정팀 수원의 서포터즈가 서울의 서포터즈에게 단체로 구타당하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가해 당사자인 서울의 서포터즈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수원 측에서 먼저 도발을 했다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이날 상암구장은 지구촌 뉴스에서나 볼 법한 시합 후 훌리건 사이의 대규모 폭력사태가 한국 최초로 발생한 영광(?)의 장소가 될뻔한 것이죠.

물론 시합 중 폭력적으로 충돌한 선수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발을 했든 안했든 시합 후 서포터즈들이 단체 폭력사태에 빠져들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잘못입니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이건 간에 그런 모습을 보며 K리그를 보러 온 많은 팬들이 K리그에 염증을 느끼며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K리그가 화려한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처럼 도약하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그 소망은 결코 K리그만의 몫도, 선수나 심판만의 몫도 아닙니다.

외국의 성공적인 리그가 보여지는 화려함 이면에서 유소년 축구와 생활체육 기반의 다층적 리그 등 사회 전반적인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그러한 노력이 없이 그저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시합만을 추종한다면 오히려 배우지 않아야 할 훌리건 문화 등을 배우기가 쉽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소녀 때부터 응원했던 팀의 원정경기를 응원하러 홀로 기차에 올라서서 몇시간을 이동하여 즐겁게 경기를 관전하던 영국의 70살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준 TV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