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 라디오 생방송을 위해서 오후 6시경 스튜디오로 들어서는데 작가가 소식을 전했다. 이럴 수가, 터틀맨이 죽었다는 짤막한 한 마디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난 월요일에 터틀맨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지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고 서로 바빠서 연락도 못했는데 오래간만에 전화가 와서 반가웠고 한번 보자고 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소식인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특유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출연하는 '라디오 스타'에서 가끔 얘기하기도 했지만 터틀맨과는 한동안 같은 소속사에 있었다. 일단 나이가 같아서 편하게 친구가 되었고 앳돼 보이는 터틀맨과 늙수그레한 내가 친구라는 사실이 한때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사실 몇 년 전에 그 소속사와 계약을 한 것도 소속사에 '거북이'만 달랑 하나 있었지만 거북이가 있기에 규모는 작아도 능력은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을 먹었을 만큼, 동료들에게는 신뢰감이 있는 그런 친구였다.
터틀맨이 그동안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고 2005년에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사실이야 모두들 아는 바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늘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오히려 남을 걱정해 줄 만큼 심성이 고왔던 친구다. 얼마 전에도 '라인업'에 나의 전화를 받고 육중한 몸을 이끌고 출연한 터틀맨의 얘기가 생각난다. "요즘 너무 바쁜 것 같던데, 일 욕심 내지 말고 몸 좀 챙겨가면서 일해!" 친구야, 남 걱정할 시간 있으면 자기 몸부터 좀 돌보지….
꼭 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지 않더라도, 한창 나이에 활동할 연예인들이 갑작스러운 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왠지 남일 같지가 않다. 나도 '몸 좀 챙기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가끔 듣는데 나보다 더 인기 있고 바쁜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터틀맨도 활동 쉬엄쉬엄 하면서 몸 챙겼으면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겠지만, 몸 속에 꿈틀대는 음악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서 무리한 활동을 한 게 원인인가 보다. 아무리 굵고 짧게 사는 게 멋진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가늘더라도 길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게 훨씬 멋진 인생이다. 이렇게 훌쩍 가버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충격과 슬픔에 빠지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음악적 에너지를 다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저 세상으로 가버린 친구의 죽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명복을 빌 뿐….
입력 2008.04.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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