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피겨 스케이팅 기술과 카리스마 넘치는 예술적 표현력으로 우리 눈을 사로 잡는 김연아(18). 온 몸에 화려함과 세련됨이 문신처럼 박힌 이 선수가 정말 '조선 사람' 맞는지 신기할 정도로 볼수록 기특하다.
그런 '국민 요정'이 얼마전 몸 부상으로 고생했다. 급기야 지난 달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선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국민은 맘 고생을 했다.
김연아는 엉덩이 고관절 부위의 대둔근 부상으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해야만 했다. 사람 엉덩이가 불룩한 것은 골반 뼈 뒤쪽을 덮고 있는 대둔근(大臀筋)의 두꺼움과 강대함 때문이다. 대둔근은 하체를 고정시키고 골반과 척추를 뒤로 당겨서 바로 서게 하는 역할을 한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는 한쪽 발을 딛고 뛰어 올라 회전을 한 후 한 쪽 발로 사뿐히 떨어져야 하는데, 그 동작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대둔근이다. 김연아는 왼쪽 대둔근 일부가 부었으니 엉덩방아가 당연했다.
그의 대표 장기인 '트리플 러츠'는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빠른 속도로 세 바퀴 돈 후 빙판에 한 발로 떨어지는 고난도 기술이다. 김연아는 이 기술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해 수 천 번 점프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둔근이 무리하게 사용돼 부상의 단초가 됐다. 거룩한 말로 '과사용 증후군'이다. '트리플 러츠'의 화려함에는 대둔근의 고단함이 숨어있었다. 지금은 김연아의 부상이 완치 단계라니 정말이지 다행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엉덩방아가 숙명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천장관절 부상도 피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천장관절은 척추 뼈 말단인 천골(薦骨)과 양쪽에 날개처럼 펴진 골반 뼈 장골(腸骨)이 맞닿는 부분. 천장관절은 걸을 때나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척추에 전달되는 하중을 흡수한다.
그런데 엉덩방아를 찧으면 이 부분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져 갑작스런 비틀림이 생긴다. 보통 엉덩방아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 무게는 체중의 10배이다.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팽이처럼 회전하는 동작을 할 때도 이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천장관절에 이상이 오면 허리 아래 쪽에 통증이 온다. 앉아 있을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한 쪽 다리로 체중을 지지할 때도 통증이 세진다. 골반도 어긋나게 해서 주변의 근육과 인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에는 한참 격(格)이 떨어지지만 눈썰매나 잔디 썰매도 천장관절 부상을 일으킨다. 앉은뱅이 자세에서 공중에 살짝살짝 떴다가 3~4회 바닥을 통통 치면서 내려가는 놀이이다 보니 천장관절을 다치는 사례가 흔하다고 한다. 눈썰매 나름의 '트리플 러츠'에는 천장관절 부상 위험이 숨어있다.
금주의 메디컬CSI 팀원: 조성연·하늘스포츠클리닉 원장, 박성진·강서제일병원 관절전문 부원장
엉덩이 근육과 관절 부상 예방을 위한 메디컬 CSI 조언
1 골프나 테니스 등 주로 한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운동을 할 때도 대둔근과 엉덩이 관절 부상이 올 수 있다. 바로 시합에 덤비지 말고 충분히 스트레칭 할 것.
2 천장관절 부상은 닭 싸움, 깽깽이, 장기간의 양반 자세, 과도한 허리 비틀기와 젖히기, 한쪽으로 무거운 짐 들 때도 올 수 있다. 평소에 잘 안 하던 행동할 때 주의하자.
3 천장관절 통증 증후군은 많은 만성 요통의 13~30% 차지한다. 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디스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