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를 실감하게 될 때면 가끔씩 떠올리는 글귀다. 인생이란 여행과 같아서 언제까지나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

직업상 많이 듣는 질문 중 이런 게 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재즈 음악 한 곡만을 고른다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해진다. 재즈에 관한 글쓰기를 10년 훌쩍 넘게 계속했음에도 아직 '단 하나의 명곡'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구를 인용해 상황을 얼버무린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습니다. 고로 나는 아직도 재즈에 배고프고, 당신이 원하듯 나 역시 가장 아름다운 재즈음악을 언제까지나 찾고 있습니다" 라고….

뭐 그런 도사 같은 소리가 있나 할지 모르겠다. 물어본 이가 재즈의 '재'도 모르는 초보라면 이런 답변이 그저 황당할 노릇일 게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즈입니다"라고 선언하듯 말해 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나의 재즈 듣기 역시 그런 '막연함'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나에게 재즈는 찾아야 할 게 남아 있는 미지의 음악이다. 재즈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팝 음악이나 클래식처럼 정체를 빨리 드러내지 않는, 언제까지나 흥미로움 속에서 유영할 수 있는 음악. 그래서 나는 이제 막 재즈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그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재즈 듣기도 마찬가지니, 주저하지 말고 자유롭게 시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