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여자 어린이 납치미수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이모(41)씨는 1995~1996년에도 서울 강남 일대에서 5명의 여자어린이를 이번 사건과 똑같은 수법으로 잔인하게 강간하거나 추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 어린이 5명은 모두 5~9세 사이였다. 이씨는 이중 한 명만 빼고 모두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계단에서 흉기로 위협하며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어린이를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씨는 이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항소, 2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2년 만에 똑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사건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씨는 ‘짐승’이자 ‘악마’ 같은 인간이었다.
이씨는 1995년 12월 서울 한 아파트 2층 비상구 계단 입구에서 그곳을 지나가던 A(당시 9세)양에게 연필 깎는 칼을 꺼내 보이며 “야, 너. 아저씨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비상 계단을 통해 A양을 끌고 갔다.
이씨는 계단을 오르던 중 A양의 상의를 올리고 성추행했다. 5층에서 A양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탄 이씨는 “아는 사람이나 친구 등을 만나게 되면 나를 아는 체 하지 마라”고 말하며 3~4차례 “너 아저씨 알아?”라고 되물어 A양이 계속 ‘모른다’고 대답하도록 강요했다.
이씨는 15층 옥상 입구 계단에 이르자 갑자기 칼로 A양의 머리카락을 잘라 위협했다. 이어 이씨는 엄지 손가락을 둘째와 셋째 손가락에 꽂은 후 A양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A양이 모른다고 하자, “이것을 모르느냐”고 하면서 주먹으로 A양의 얼굴을 때리고 칼을 목에 갖다 댔다.
이씨는 이어 “아저씨 말을 잘 들어라”며 A양에게 옷을 벗으라고 협박한 뒤 겁에 질린 A양을 추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너네 아빠도 그렇게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A양이 울면서 “아빠는 예쁘다고 엉덩이만 두드려준다”고 하자, 이씨는 “거짓말 마라”며 A양을 성폭행했다.
이외에도 이씨는 A양에게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1시간 30분 전에 같은 아파트에서 B(당시8세)양을 강간하려다 B양이 도망가는 바람에 추행만 저질렀다. 이씨는 학원을 가기 위해 13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B양을 보고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춘 다음 B양에게 내리라고 했다.
B양이 학원에 가야 한다며 안된다고 하자, 이씨는 인상을 쓰며 내리라고 해 계단을 통해 6층까지 따라오게 한 후, B양을 성추행했다. 이어 입고 있던 흰색 점퍼 주머니에서 연필 깎는 칼을 꺼내 보이며 B양에게 “말을 안 들으면 찢어 버린다. 그리고 죽이겠다. 나는 착한 사람이니 내 말을 잘 들어라”고 위협했다.
이씨는 B양에게 “15층에 가 있어라”라고 해 15층에서 강간하려 했지만 B양이 13층으로 뛰어올라가 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1996년 3월에도 이씨는 같은 아파트 다른 동의 7층과 8층 사이 계단을 지나가던 C(당시 8세)양을 보고 “야”하고 불렀으나 C양이 그냥 올라가려고 하자 C양을 다시 한번 부르면서 C양의 목덜미를 잡고 칼을 내보이며 “칼을 가지고 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C양을 7층으로 끌고 간 이씨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가서 옥상으로 가려고 문을 열었으나 문이 열리지 않자 다시 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왔다.
이씨는 내려오면서 C양에게 “나는 착한 사람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인다. 만일 1층에 내려 가서 경비아저씨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를 모르는 척 하라”고 위협했다. 이씨는 C양의 손목을 잡고 옆 동으로 끌고 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간 다음 옥상 입구 계단에서 C양의 배를 발로 찬 뒤 강제추행하다 자위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C양에게 범행을 저지른 다음달인 1996년 4월에는 이 아파트 인근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D양(당시 7세)을 “너 이리와 봐”라고 해 부른 다음, “나는 경찰인데 말 안 들으면 감옥에 넣는다”고 위협했다. 이씨는 D양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이 A, B, C양에게 범행을 저지른 아파트 쪽으로 끌고 갔다. 도중에 D양이 “우리 엄마가 집에서 기다린다”고 하자 이씨는 “이 XX야 조용히 해. 말 안 들으면 살갗을 다 찢어 버린다”며 이 아파트에서 1㎞쯤 떨어진 비닐하우스로 끌고 갔다. 이씨는 칼을 D양의 목에 들이대면서 “또 한번 말을 안 들으면 계속 피가 나도 죽여 버린다”며 빨리 옷을 벗으라고 협박한 뒤 성폭행했다.
이씨는 1996년 2월에는 이 아파트 앞길을 지나가던 E(당시 5세)양에게 칼을 꺼내 보이며 “따라오라”고 위협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옥상 입구 계단까지 끌고 갔다. 이씨는 E양의 옷으로 손·발을 묶은 뒤 성추행했으나 E양이 너무 어려 성폭행을 하지 못했다.
이씨는 이처럼 5명의 여아를 강간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0년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1984년 특수강도죄로 소년부송치처분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을 볼 때 1심 선고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