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증권예탁결제원이 지난해 하반기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면접 점수표를 조작해 당초 합격가능 순위에 포함됐던 5명을 탈락시키고 순위 밖의 5명을 합격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한석탄공사는 31회에 거쳐 A건설사에 1800억원을 저리로 지원해 부도를 막는 등 부당하게 회사자금을 운용했고, 한국산업은행의 한 자회사에서는 직원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자사에서 대출 등을 받은 60여 개 업체들로부터 친목도모를 위한 회비 1억2000만원을 받아 이중 7000만원을 골프모임 등의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6일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장 등 관련자 4명을, 증권예탁결제원의 경우 사문서변조 및 동행사,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사장 등 관련자 6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3월10일부터 10일간 한국전력 등 31개 공공기관에 대한 예비조사를 마치고, 지난 24일 본감사에 착수했다"면서 "비리사항을 조사하던 중 이를 발표한 것은 비위 정도가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수사요청을 할 정도의 시급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시설투자 차입금 418억원을 사용용도 변경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난해 4월 1차 부도가 난 A건설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데 부당하게 사용했다.
석탄공사는 또 A사 어음이 거래 중지돼 투자금 전액이 손실될 위기에 처하자 직원퇴직금 중간정산에 1100억원이 필요하다는 허위문서를 만들어 이사회에 보고하고, 회사채 등을 발행해 지난해 6월22일부터 11월23일까지 총 31회에 걸쳐 저리로 1800억원을 A사에 지원해 부도를 막아주는 등 회사자금을 위법 운영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이런 비정상적 투자는 유동자금 운용 담당 본부장, 처장 등이 주도했고, 사장은 이런 사실을 추후 보고받았으나 조용히 사건을 무마하도록 묵인, 방치했다"면서 "담보 확보 없이 자금을 대여해줘 3월 현재 대여금 잔액 1100억원을 전액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또 증권예탁원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지난해 11월16일 임원면접 종료 후 인사부서 면접관 3명으로부터 제출받은 면접점수표의 23곳을 조작해 당초 합격가능 순위 내에 포함돼 있던 5명을 탈락시키고 순위 밖의 5명을 합격처리했다.
예탁원은 또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해 실무진 면접 대상이었던 11명을 탈락시키고, 탈락했어야 할 14명에게 실무진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필기시험 및 실무진 면접 과정에서도 점수를 수정하거나 가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한 자회사는 직원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자사로부터 대출 등을 받은 60여개 업체들로부터 업체들간 친목도모를 위한 명목으로 연회비 30~100만원씩을 받아 3월 현재 총 회비 1억2000만원을 걷었고, 이중 7000만원을 골프 모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이 자회사 임원 5명은 공공기관 감사자 진행중이던 지난 21~22일에도 거래업체 사장 17명과 제주도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1400만원을 사용했다"며 "향응 접대성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다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직무유관 업체에 불필요하게 부담을 준 사실이 있거나 유착관계를 형성한 후 부당 대출, 기한 연장한 사례 등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