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소개된 인물, 위인전에 소개된 인물을 신문에서 발견하면 아이들은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교과서 속의 인물, 동화책 주인공, 만화 주인공을 모두 동격으로 여겨 상상 속의 캐릭터 인양 생각하다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실존 인물이었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아이들이 아는 교과서 속의 위인이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공사판에 깔려 버릴 안중근 의사, 中 유해 발굴 예정지 파헤쳐…, 주민들 아파트 들어설 것(조선일보 2008년 3월 4일 보도)'.
1. 안중근 의사
①"샘, 이 안중근 의사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죽인 그 안중근 의사예요?" 아마 이토 히로부미란 이름과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혼동 했나 봅니다. 평소에 책을 열심히 읽는 신현이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때 사람"이라며 정정해주더군요.
②교실 앞쪽에 앉은 남학생이 아는 체를 했습니다. "샘, 도시락 폭탄 던진 사람이죠?" 폭탄이라는 말에 남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도시락 폭탄 던진 사람은 윤봉길 의사라는 둥, 안중근 의사는 총을 쏜 사람이라는 둥 설왕설래하며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③창가에 앉은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샘, 근데 안중근 의사는 무슨 과 의사예요?" 종알종알 의견을 주고받던 교실이 갑자가 조용해지더니, 한 명 두 명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소아과 아닐까?" "총을 쏜 것 보면 외과 의사일지 몰라(어휴 총 쏜 것과 외과 의사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원.)" "샘, 근데 왜 안중근 의사가 무슨 의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나요?"
④의사란 '행동으로 항거하여 큰 공적을 세우고 의롭게 돌아가신 분'이고, 열사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나 죽음으로 지조를 드러내 정신적 저항의 위대성을 보인 분'이라고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2. 초등학생은 이렇게 했어요
①먼저 기사를 읽고 알게 된 것을 말해보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예정지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중국이 발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중국 뤼순감옥 뒤편에 묻혀있다' 등을 찾았습니다.
②만약 내가 이 사건의 담당자라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수현이는 중국 사람들에게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분이니까 유해만이라도 꼭 보내 달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③유진이 역시 '유해는 문화재와 마찬가지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이 아니므로 없어지면 안 되니까 유해가 발굴될 때까지 아파트를 짓지 말아 달라'는 부탁편지를 중국 사람들에게 썼습니다.
3. 중·고등학생은 이렇게 했어요
①중학생들의 의견은 유해를 찾아와야 한다는 측과 유해를 포기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눠졌습니다.
②희원이는 '지금까지 고구려 유물 발굴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중국이 순순히 유해발굴 허가를 내줄 것 같지 않으므로 유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며 '이번 일로 우리 문화재를 찾기 위한 마음을 다지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③종호는 '중국의 아파트 건설에 우리 기업이 참여한 후 유해 발굴 전문 인력을 투입해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가져온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④고등학생은 외교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공식 출범했으니 중국입장에서도 취임 초기부터 불필요한 충돌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에 많은 친구들이 지지를 했습니다.
초·중·고 교실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례가 무엇인지 짐작되시는지요? 바로 숭례문 방화사건이었답니다. 숭례문은 잃었지만 앞으로 더는 문화재(또는 유해)를 잃는 일이 없도록 문화재청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아이들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