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대세 : 짙어진 '지역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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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스포츠 중 프랜차이즈(지역 연고) 개념이 가장 확고한 종목은 프로야구다. 아니, 아직도 지역색이 짙게 남아있는 유일한 종목이라 해도 좋다. 지역 연고 의식은 80년대 프로야구를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이끈 원동력이었고, 오늘날에도 인기 기반의 한가운데 버티고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큰 트렌드는 다시금 강조되는 '지역색'이다. KIA가 광주일고 출신 서재응, 최희섭을 투-타의 핵으로 내세우면서 인기 부흥의 선봉에 섰고, 삼성 역시 배영수의 복귀로 양준혁과 함께 양대 지역 스타가 투-타를 이끌게 된 것에 고무돼 있다. 야생야사의 롯데팬들은 부산고 출신 슬러거 마해영의 컴백에 한껏 들떠 있다.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정민태가 고향팀 SK로 가려다 KIA로 진로를 틀자 인천팬들은 아쉬움 반, 비난 반으로 들끓었다. 2008년 프로야구의 주제어인 지역 개념의 현주소를 분석한다. < 야구부>
예전에 대통령 선거 때면 야구장은 선거판이었다. 특히 광주구장에는 "DJ, DJ"를 연호하는 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그 때 광주팬들은 '정치판의 한'을 야구장에서 풀었다. 그런가 하면 관중석 난동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지난 86년에는 구단버스가 불에 타는 사태도 있었다.
초창기부터 뿌리가 깊은 프랜차이즈가 만든 한 장면들이다. 이 '지역색'은 지역대립이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발전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난 82년 출범과 함께 프로야구는 지역연고제를 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역+도시연고제'였다. 당시 프로야구 출범의 기초를 닦았던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초대 사무총장은 "프로야구가 성공하려면 지역과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인구가 집중돼 있는 도시를 골라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프로야구를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당시에 고교야구가 폭발적인 인기였다. 특히 70년대 들어 군산상고가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리며 동대문구장은 호남출신의 인근 시장팬들로 꽉 들어찼다. 이런 지역연고는 당연히 프로야구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지역연고에 대해 정권에서 반대를 했다고 한다. 지역감정을 더 악화시킨다는 우려 탓이었다. 하지만 결국 지역연고제는 프로야구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우려가 됐었던 지역감정과 고교야구의 열풍이 프로야구 연착륙의 가장 큰 도우미였던 것이다.
지금은 도시연고제로 바뀌었다. 미국과 일본의 구단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역 고교 출신의 지명, 모기업의 연고지역과의 관계, 지역감정 등 여러가지가 섞여 더 끈끈한 지역연고제의 특성을 갖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면드래프트제가 실시된다. 이를 두고 지역 팬들의 관심저하로 인기가 떨어질 것이란 걱정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 평준화, 구단의 이익 극대화 등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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