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여정(27)씨는 연예계에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신인 같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이는 그녀에게 상반된 의미를 전해준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뜻과 함께 지금까지 '대박'을 터뜨린 작품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조씨가 지난 3월 7일부터 방영된 케이블 채널 tvN '쩐의 전쟁'(연출 이정표)에서 최지인 역으로 등장해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최지인은 SBS TV 방영 당시 박진희가 맡은 서주희 역에 해당한다. '쩐의 전쟁'은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를 새롭게 만든 것으로 똑같이 박인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박신양이 맡았던 남자주인공 금나라 역은 박정철이 맡았고 사채업자 독고철 역은 그대로 신구가 담당한다.
지난 3월 11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씨는 웃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보조개가 매력적인 자연 미인이었다. "기자님 말대로 저평가된 블루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호호. 얼굴만 예쁜 배우라는 이야기도 듣고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아쉬워요. 아직까지 제 몸에 꼭 맞는 작품을 못 만난 것 같고요."
그래도 그녀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컵에 물이 반 정도 남아있으면 '반밖에 안 남아있네' 대신에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발할 여지가 많으니까 '블루오션'이죠. 어떤 분은 '데뷔한 지 오래됐는데도 사람들이 널 계속 보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냐'라고 하세요. 맞는 말이에요."
조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 눈에 띄면 제작진에 먼저 연락을 하는 적극성도 지닌다고 했다. "제가 앉아서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항상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이에요. 부잣집 딸이나 참한 여인 말이에요. 그런 이미지를 가진 역할을 제안 받은 대로 다 했다면 정말로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했을 거예요. 이제는 백치미가 흐르는 여인이나 팜므 파탈 같은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이번 ‘쩐의 전쟁’에서는 이전에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노출신도 꽤 있다. “케이블 방송이라 공중파보다는 노출이 많지만 그런 것으로만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작품 전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어렵게 결심한 일이고요.”
화면에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그녀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여자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개그맨 김제동은 방송에서 대놓고 조씨에게 구애를 하기도 했다. "제동 오빠는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고 말재주가 무척 좋은 사람이에요. 방송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팬이라고 말했더니 너무 좋아했고 한동안 시청자들 앞에서 저에 대한 호감을 표시해줬어요. 사실 저를 띄워주기 위해 그런 걸 알기에 고맙게 생각해요."
여자 연예인 중에서는 가수 옥주현과 가장 친하다. "데뷔 때부터 옥주현, 송혜교, 이요원 등과 친해졌어요. 모두들 생각이 비슷해서 우정이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특히 주현이와는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요. 서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죠."
조씨는 ‘쩐의 전쟁’에 출연하기 전 1년 정도 휴식기를 가지며 옥주현씨와 등산, 요가 등을 함께 했다. “사실 쉬려고 쉰 건 아니었어요. 집안일, 소속사 문제 등으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거든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떤 연기를 해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배우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얼굴은 작지만 몸매는 통통한 편이라 건강해 보이는 스타일.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에요. 그래도 운동은 다 좋아해요. 연예인 동료 등산 모임을 통해 청계산, 북한산 등에 자주 가죠. 가끔 혼자 올라가기도 해요. 차에 항상 등산화를 넣어두거든요. 잘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죠.”
미식가인 조씨는 요리도 꽤 잘한다고 했다. "한식과 이탈리아 요리는 대부분 만들 수 있어요. 먹고 싶은 대로 만들다 보니까 잘 되더라고요. 제과제빵 학원도 다녔고 전통 상차림 수업도 들었어요. 전통 상차림 수업은 KBS '비타민'에 출연했던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님 강의였어요. 교수님께서 주현이와 저에게 꼭 들어보라고 권해주셨어요."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 도도하게 보이지만 남들에게 큰소리로 화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좋고 싫음은 확실하지만 확 터뜨리지는 않아요. 화가 나도 다음에 그 사람을 다시 볼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참고 생각하죠."
조씨는 1997년 잡지 표지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잡지사에 보냈어요. 그랬더니 연락이 왔어요. 부모님과 상의했는데 학교 성적만 안 떨어지면 모델로 활동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새벽 5시에 촬영 끝나고 돌아와도 어머니는 저를 학교에 보내셨어요. 그리고 부모님 말씀대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죠. 어른 말 잘 들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조언을 구해요.”
연기는 1999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시작했다. SBS 시트콤 '나 어때'에 송혜교, 송은이 등과 함께 출연했다. 이후 '야인시대' '장희빈' '조선에서 왔소이다' '얼마나 좋길래' 등에 등장했다. 영화는 '흡혈형사 나도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 출연했고, 뮤지컬 '그리스'에도 등장했으며 송월타월 CF로 큰 인기를 모았다.
“가장 연기 공부가 많이 되는 것은 공연인 것 같아요. 한 작품 끝내고 만족감이 드는 것은 영화죠. 드라마는 끝까지 대본이 나와있지 않아서 순발력이 필요해요.”
조씨는 혼자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서 뮤지컬을 볼 정도로 무대공연을 사랑한다. “언어에 구애 받지 않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맘마미아’ ‘팬텀 오브 오페라’가 좋았어요. 어려운 내용의 뮤지컬은 한국에 들어오면 다시 봐요. 그러면 몰랐던 부분이 이해가 되죠.”
1남 3녀 중 둘째인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아나운서였다. 연기자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조씨는 이제 현실감각이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제가 원래 이성적이었는데 배우가 되면서 감수성이 풍부해졌어요. 그래서 제 남편이 될 사람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주변에서 다가오는 남자는 많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죠. 제 외모를 보고 잘 놀 것 같아서 접근해 왔다가 아닌 줄 알고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요.”
그녀는 가끔씩 휴대폰을 꺼놓고 독서를 즐긴다고 했다. “어릴 때는 다양하게 많은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취향이 생기더라고요. 한 작가에 빠지고 그 작가가 쓴 책을 다 읽어야 해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빠졌을 때는 ‘향수’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등을 다 읽었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조씨의 내공이 보였고 그녀가 진정한 블루칩으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10년은 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면 앞으로 10년은 제 연기력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싶어요. ‘조여정은 연기 대충 하다가 시집이나 가겠지’라는 말은 정말 듣고 싶지 않아요. 저의 연기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