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초등학생들과 함께 태화강 하구에서 겨울철새 탐조에 나섰다. 한 학생이 갈대 숲 언저리에 몰려있는 청둥오리들 옆에 유난히 검은색의 새를 가리키며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아하! 저 새는 물닭이라는 겨울철새인데 더러는 텃새가 되는 놈들도 있어. 그래서 여름철에도 가끔 볼 수 있지…"라고 답해줬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있던 한 녀석이 "저 물닭으로 후라이드 치킨을 해먹으면 맛있겠다!"라며 말을 받았다. 이어 주변 녀석들이 눈을 반짝이며 "난 찜닭이 좋다, 닭도리탕도 맛있던데…"라며 말꼬리를 물었다. 녀석들을 인솔해 온 한 아주머니도 "난 불닭인데, 선생님은 날씨도 쌀쌀하니 뜨거운 백숙이 좋겠네요…"라며 거들고 나서는 통에 모두들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요즘도 태화강 하구쯤에선 어렵지 않게 물닭을 만날 수 있다. 남구 야음동 선암수변공원에서도 제법 많이 눈에 띤다. 겉모습은 평범한 오리류처럼 보이지만 온몸이 유난히 검은 반면 이마에는 흰색의 점(액판)을 가지고 있어 구별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물닭은 두루미목 뜸부기과의 새이다. 반면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류는 기러기목 오리과다. 서로 같은 무리가 아니다는 뜻이다. 닭과는 어떤 관계일까? 닭은 닭목 꿩과의 새이다. 역시 물닭과 같은 부류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왜 이름이 물닭일까? 아마도 부리의 생김새가 닭을 닮았고, 특히 물 밖으로 나왔을 때의 모습이 닭과 너무나 흡사해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예전 기억으로 물닭은 참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새였다. 경계심이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갈대 숲으로 숨거나 물속으로 잠수를 해버리기 일쑤였다. 잔뜩 약이 오른 터에 장난삼아 깜짝 놀래주기라도 하면 혼비백산하며 발바닥으로 물을 차면서 달리는 모습이 대단히 우스꽝스럽다.

태화강 하구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물닭.

그러나 근래에는 물닭들이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모습에 놀랐다. 사람들이 가까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일에만 열중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인간이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물닭을 만나러 태화강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아마도 물속의 수초뿌리를 골라먹기 위해서 한참 잠수쇼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