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중국어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어 학원 강사들은 한국인이 한자에 익숙하고 발음도 비슷한 게 많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토론에 참여한 강사들은 서울 역삼동 차이나로 중국어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톈팡(田芳·34), 류위(劉玉·30), 바이춘메이(柏春媚·28), 마추이위(馬翠羽·30)  4명이다.

톈팡_ 한국사람은 다른 나라사람보다 한자를 비교적 빨리 배운다. 한자능력시험이라는 것도 있다.

류위_ 한국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배운다. 반면에 미국·영국 사람들은 한자를 잘 모른다. 한자를 미리 알고 중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한번 본 거니까 잘 안다.

마추이위_ 비록 한국에선 번체자(繁?字·전통한자)를 쓰고 중국에선 간체자(簡?字·중국식 약자)를 쓰지만 번체자를 간체자로 바꾸는 몇 가지 법칙만 알면 어렵지 않다. 이미 한자를 눈으로 봐서 알고 있는 데다 쉬운 간체자를 익히니까 훨씬 빠르고 쉽게 중국어를 배운다.

바이춘메이_ 한국어 단어 중 70%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울 때 단어를 조합하는 것이 쉽다. 또 한국의 한자 발음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것이 많아서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선생(先生)은 '셴성'이라고 하고 두부(豆腐)는 '더우푸', 광고(廣告)는 '광가오', 중국(中國)은 '중궈', 한국(韓國)은 '한궈'라고 하면 된다. 뜻은 몰라도 들어서 짐작할 수 있다. 경상도 사투리엔 서울말과는 달리 높고 낮은 억양이 있어서 중국어 4성 성조(聲調)를 금방 따라하기도 한다.

류위_ 성어(成語)를 많이 알아서 글자를 보고 뜻만 알면 금방 익힌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이나 구우일모(九牛一毛·하찮은 일), 인산인해(人山人海) 같은 성어는 한국 사람들도 뜻을 다 알고 있다.

마추이위_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중국어를 저렴하게 배울 기회가 많다. 예전에 일본 지바(千葉)대학에서 5년 동안 대학원을 다녔는데 일본엔 영어학원 외에 다른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거의 없었다. 중국어 학원이 혹시 있더라도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못 다녔다. 한국에선 중국어 학원이 보통 한 달에 10만원 정도인데 일본은 한 시간에 5만원 정도다. 한국에선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교에서 중국어 과외도 많이 하는 등 중국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이다.

바이춘메이_ 중국과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왕래가 활발한 나라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는 것보다 중국에 가는 것이 훨씬 싸다. 그래서 중국에 유학 가는 학생도 세계 1위고 그래서 중국어를 잘하는 것 같다.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까 중국어를 쓸 기회도 많고 중국어를 빨리 배우는 것 같다.

류위_ 한국의 대학교와 중국 학교가 자매 관계도 많이 맺어 놓았다. 더구나 중국 유학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중국에 직접 가서 중국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이 늘고 있다.

톈팡_ 1990년대는 홍콩 영화의 황금기였는데 당시 홍콩 배우 류더화(劉德華·유덕화),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중국어에 관심을 키웠던 학생도 많다. 중국어 가요에도 관심이 많다. 관심이 있으니 중국어를 빨리 배우게 된다.

바이춘메이_ 중국인은 한국인과 같이 검은 머리, 노란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만나서 얘기할 때 긴장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서양 사람을 만나 영어를 말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느끼는 것 같다.

마추이위_ 만약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발음이 좋지 않으면 중국 정부관료나 공무원들을 상대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배우고 빨리 배우려고 한다.

"외모 비슷해 긴장하지 않아"

톈팡_ 중국에 여행 가는 한국 사람이 많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15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중국어를 알아듣고 중국말을 할 필요가 있게 됐다고 본다.

류위_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열심히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중국에선 일을 안 해도 밥은 먹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일을 안 하면 밥을 먹을 수 없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톈팡_ 중국어를 잘하면 취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하는데 중국어를 잘하면 중국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중국 출장도 자주 갈 수 있으니 다들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바이춘메이_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학한 학생들이 그곳에서 같이 유학하던 중국인들을 만나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중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

류위_ 중국은 8시에서 9시 사이에 학원이 시작되는데 한국에선 새벽 6시30분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중국 직장인은 퇴근 후에 외국어 학원 등을 다니는데 한국 사람들은 출근하기 전에 학원에 와서 중국어를 배우고 출근을 한다. 한국 사람은 정말 '아침형 인간'인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기 때문에 중국어를 잘할 수밖에 없다.

바이춘메이_ 한국 사람은 항상 이기고 싶어하고 지기 싫어한다. 예를 들어서 만약 친구가 중국어를 배워서 중국어를 잘하면 자기도 중국어를 잘하고 싶어한다. 또 외국인이 중국어를 잘하면 자기는 그 외국인보다 잘하고 싶어한다. 별로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데도 다른 사람이 배우니까 스스로 긴박감을 느끼고 지기 싫어서 배우는 경우도 있다.

류위_ 최근엔 초등학생도 중국어를 많이 배운다. 부모가 앞으로는 중국어가 영어만큼 중요해지니까 배우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바이춘메이_ 한국인은 모든 연령대에서 중국어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아침반은 주로 직장인, 오전반은 주부, 오후는 학생들, 다시 저녁엔 직장인들이 중국어 학원을 찾는다. 중국어를 배우는 열정이 대단하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걸 볼 때 한국인에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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