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 인권탄압과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산 안기부' 자리에 공권력을 갖춘 '조사실'이 13년 만에 다시 들어선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기슭에 있는 서울시청 남산별관 1층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조사실'. 문을 열면 사무실 집기가 있고 다시 안쪽으로 테이블이 있는 16㎡ 정도 넓이의 방, 그 뒷벽에는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유리창이 달려 있다. 공사가 거의 끝나 곧 운영에 들어간다.
이 건물은 1995년 안기부(현 국정원)가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제5별관'이었던 곳. 이후 도시철도공사 연수원을 거쳐 작년 말부터 '시청 남산별관'으로 사용돼 왔다. 철거되지 않은 안기부 건물들은 유스호스텔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21세기 '남산 조사실'은 안기부 시절과는 다르다. 고문 기구나 수갑·포승 같은 것은 없고, 장비라곤 CCTV와 녹취 장치가 전부다. 이 방은 검사 지휘를 받아 식품·환경 분야 위법 피의자를 수사할 '특별사법경찰' 공무원 조사실로 사용된다. 관할 검사장 지명을 받은 특별사법경찰은 이들 분야에서 피의자 신문과 영장 신청, 검찰 송치 등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하필 '남산 안기부' 자리라는 게 신경 쓰이는 눈치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위치도 가장 외진 남산별관이 안기부 시절 가장 섬뜩했던 곳"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 김용남 특별사법경찰지원과장은 "시민들이 위치 때문에 선입견을 가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