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미국 환경운동가 에드워드 애비는 국립공원과 국유림 16곳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며 빼어난 생태 산문들을 남겼다. 이 '사막의 무정부주의자'는 1975년 소설 '멍키렌치 갱'에서 기계에 멍키스패너를 던져 넣어 생산라인을 멈추는 사보타주처럼 환경게릴라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소설은 과격 환경운동의 막을 열었다. 1981년 '멍키렌치잉'과 '에코타주(환경 사보타주)'를 내건 급진단체 '어스 퍼스트(Earth First)'가 결성됐다.
▶이 단체는 "어머니 지구를 구하는 데 어떤 타협도 없다"며 환경파괴 행위를 폭력으로 응징하자고 나섰다. 쇠못을 나무에 박아놓아 벌목장비 망가뜨리기, 중장비 엔진에 모래 집어넣기, 울타리 철거하기, 전력선 자르기…. 이들은 자세한 행동요령을 담은 '현장 가이드'까지 만들었다. "지구에 짐이 되는 인구를 줄여야 한다"며 에이즈 출현을 반겼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굶어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했다.
▶1986년 '시(Sea) 셰퍼드'라는 단체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항에 정박해 있던 포경선 두 척의 바닷물 흡입구를 열어 침몰시켰다. '에코타주'가 '에코 테러'로 격화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미국에서도 6건의 환경관련 방화·폭파사건이 터지면서 에코 테러가 시작됐다. 대부분 지구해방전선(ELF)과 자매단체 동물해방전선(ALF)이 자기네 소행이라고 했다.
▶이들은 나무 성장을 촉진시켜 펄프 생산을 늘리는 연구를 하던 대학 유전자조작 연구소를 폭파했다. 도축장, 동물실험시설, 목재공장, 포플러농장, 벌채 트럭들을 습격하고 숙박시설, 스키리조트, 고급 주택과 아파트단지까지 방화했다. 그제도 시애틀에서 저택 다섯 채가 불탔다. 현장에선 ELF 이름으로 '환경친화적 건축? 웃기지 마라'는 쪽지가 발견됐다고 한다.
▶미국의 에코 테러는 1300건, 피해액 2억달러에 이른다. 부시 대통령도 이 심각한 '국내 테러'를 걱정하고 나섰다. 법원도 강경하다.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트럭 석 대에 불을 지른 21세 젊은이에게 22년8개월 형을 선고했을 정도다. 과격 환경단체들은 합법 소송이나 시위, '그린피스'처럼 가벼운 시민불복종으론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또다른 파괴를 일삼는다. 인간 중시라는 환경운동 본질까지 부정하는 '에코 파시즘'이다. 이런 외곬 '생태 근본주의'는 환경운동을 보는 일반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