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롯데가 주목받고 있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 파격을 선언한 롯데는 전력상으로도 견제를 받고 있다. 다름 아닌 외국인선수들이 그 중심에 있다. 국내선수들은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나 누수가 없었지만 외국인선수 2명을 잘 뽑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수 마티 매클레리(34)와 타자 카림 가르시아(33)가 주인공들이다. 매클레리와 가르시아에게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잔인한 외국인선수 잔혹사를 씻어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 롯데 외국인선수 잔혹사

롯데는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라는 최고의 외국인선수를 배출해냈지만 호세를 제외한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이 실패했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되고 트라이아웃이 열렸던 1998년부터 일이 꼬였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롯데는 투수 빅터 콜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지만 콜이 계약금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계약을 거부하면서부터 외국인선수 잔혹사가 시작됐다. 1998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유일의 외국인선수였던 내야수 덕 브래디는 70경기에서 타율 2할5푼8리·3홈런·6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막판에는 대주자로 전락했다. 2006년 존 갈의 등장을 암시한 백인 외국인선수 잔혹사의 시작이었다.

1999년은 악몽을 씻은 한 해였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마무리투수감으로 찍었던 좌완 마이클 길포일은 6경기에 구원등판했지만 6이닝 방어율 13.50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며 사상 첫 외국인선수 기량 미달 퇴출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길포일도 백인이었다. 하지만 그 해 롯데에는 호세가 있었다. 타율 3할2푼7리·36홈런·122타점으로 박정태-마해영과 함께 공포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길포일을 대신해 영입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흑인 에밀리아노 기론도 당초 호세의 말동무 감이라는 자조섞인 전망과 달리 고무팔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5승1패2세이브 방어율 3.30으로 활약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을 이어갔다. 호세-기론은 롯데 외국인선수 사상 최고 조합으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호세가 떠났지만 2000년은 꽤 선방했다. 기론이 선발투수로 변신해 10승을 올렸고, 외국인 타자는 테드 우드 퇴출 후 들어온 데릭 화이트가 74경기에서 타율 3할3리·11홈런·53타점으로 선전했다. 2001년에는 아지 칸세코가 한 경기도 뛰지 않고 퇴출된 뒤 호세가 복귀했다. 2001년 호세는 가장 위력적인 타자로 기억된다. 타율 3할3푼5리(4위)·36홈런(2위)·102타점(3위)을 기록했다. 특히 장타율(0.695)·출루율(0.503) 모두 1위에 올랐다. 출루율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한 시즌 최대 127볼넷 및 62경기 연속출루라는 신기록도 작성했다. ‘한국판 배리 본즈’였다. 호세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끈 훌리안 얀도 타율 2할7푼·17홈런·62타점으로 기본은 해냈다. 기론이 시즌 중 퇴출되고 대신 들어온 레이 데이비스가 5점대 방어율로 부진한 것이 아쉬움이었다.

호세가 다시 떠난 2002년부터가 롯데의 암흑기요, 외국인선수 잔혹사의 시작이었다. 좌완 대니얼 매기가 나름 활약했지만, 시즌 중 트레이드됐으며 타자 크리스 해처와 제로니모 베로아가 차례로 퇴출됐다. 해처는 25경기에서 타율 1할6푼2리·1홈런·5타점, 베로아는 11경기에서 타율 9푼7리·1홈런·3타점이라는 ‘한없이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5월 영입된 SK 출신 호세 에레라가 53경기에서 타율 3할5리·6홈런·20타점을 기록했으나 불안한 외야수비와 득점권찬스 약세로 아쉬움을 남기고 시즌 중 부상으로 퇴출됐다. 2003년에도 롯데는 일본인 투수 모리 가즈마를 시즌 전 퇴출했고 보이 로드리게스는 7경기에서 타율 1할9푼·0홈런·0타점을 기록한 뒤 퇴출됐다. 백인천 당시 감독의 일본인 및 일본 출신 37살 베테랑 영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2003년 로베르토 페레즈와 마리오 엔카나시온(이시온)이 들어온 후 어느 정도 안정된 롯데 외국인선수는 그러나 이후 확실한 임팩트를 가진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2005년 라이온 잭슨-킷 펠로우 조합이 시즌 중 퇴출되지 않은 유일한 사례였다. 만 41살의 호세가 돌아온 2006년에는 브라이언 마이로우가 시즌 중 퇴출됐고, 그를 대신해 들어온 이가 바로 그 유명한 존 갈이었다. 갈은 43경기에서 무홈런·10타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성기가 지난 호세와 그 대신 영입된 에두아르도 리오스가 차례로 퇴출됐고 38살 노장 페레즈로 시즌을 마감했다. 호세 카브레라는 롯데 역사상 3번째로 많은 세이브(22개)를 올렸지만, 불안불안한 투구 내용으로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 매클레리-가르시아에 기대

지난해까지 롯데를 거친 외국인선수는 콜을 포함하면 모두 24명이다. 이 중 롯데 유니폼을 입고 정식경기를 한 게임도 뛰지 않고 퇴출된 선수만 해도 4명이나 된다. 시즌 중 퇴출된 선수도 13명이다. 투수 기론, 타자 호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다.

재계약에 성공한 경우도 호세와 기론을 포함 페레즈·이시온·라이온까지 5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페레즈·이시온·라이온은 모두 2년째 시즌 중 퇴출되거나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기론도 3년째 시즌 중 부상으로 퇴출됐고 천하의 호세도 42살이라는 고령을 이기지 못한 채 지난해 시즌 중 짐을 싸야했다. 대체로 롯데는 경력이 미미하거나 30대 중후반 베테랑 선수들을 싼맛에 영입하다 피를 봤다. 지난해 7월 LG가 크리스 옥스프링을 연봉 20만 달러에 영입할 때 롯데가 페레즈에게 준 연봉은 10만 달러였다. 그런 점에서 나란히 총액 30만 달러에 영입한 매클레리와 가르시아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190cm 장신을 자랑하는 우완 매클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통산 12경기에 등판해 2승 방어율 5.28을 기록했다. 롯데를 거친 외국인 투수는 6명밖에 되지 않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은 카브레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카브레라는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등판한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매클레리는 바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을 갖고 있다. 비록 성적은 4경기 방어율 9.22로 좋지 않지만, 경력과 나이를 총합할 때에는 롯데 외국인 투수 중 가장 괜찮은 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원감으로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직접 눈여겨보고 데려왔고 리그 적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0시즌을 뛴 좌투좌타 외야수 가르시아도 호세 이후 최고 경력을 자랑하는 수준이다. 화이트·페레즈·라이온·펠로우·마이로우 등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경력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통산 250경기 이하에만 출장한 트리플A급 선수들로 한국에 올 때는 전성기가 지난 상태였다. 메이저리그에 9경기를 뛴 것이 고작이었던 마이로우가 유일한 예외였다. 모두 기본은 해냈지만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전형적인 슬러거 타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동안 488경기에 출장했다. 출장경기수가 호세보다 259게임이나 적지만 홈런은 12개 더 많은 66개를 쳤다. 게다가 가르시아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올렸다. 나이도 만 33살. 호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이는 만 34살이었다.

매클레리는 선발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달 롯데 홈페이지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70%가 매클레리의 예상 승수를 ‘11~15승’으로 기대했다. 11승은 롯데 외국인 투수 최다승이다. 손민한·송승준·장원준·최향남 등 이름값은 좋지만, 손민한을 제외하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는 롯데 선발진을 고려할 때 매클레리의 역할은 중요하다. 손민한과 함께 실질적인 원투펀치를 형성해야 한다. 타자 가르시아는 이대호를 뒷받침할 5번 타자로 기용된다. 가르시아는 지난해 롯데가 페레즈를 영입하기 전 접촉했지만, 아들 건강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0.522)이 넘는 것에서 나타나듯 장타력은 검증됐다. 지난해 롯데가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장타력이었다. 롯데팬들은 설문조사에서 가르시아의 예상 홈런으로 ‘21~30개’를 기대했다. 롯데에서 한 시즌 20홈런을 친 외국인 타자는 3시즌을 기록한 호세와 2005년 23홈런의 펠로우밖에 없었다.

SK 김성근 감독은 롯데의 달라진 이유를 바로 외국인선수 매클레리와 가르시아에게 찾았다. 외국인선수 2명으로 팀 전력이 갑자기 최상위권으로 오를 수 없지만, 롯데는 지금껏 외국인선수 조합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매클레리와 가르시아가 외국인선수 잔혹사를 깨끗이 씻는 순간 롯데의 손에는 가을잔치 초대권이 쥐어져 있을 것이다.

매클레리-가르시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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