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수험생의 위치 파악부터 해야 한다
논술이 필요한 고등학생이라면, 다음의 대학들 중 하나를 지원할 목표가 있어야 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주요 상위권 대학과 중앙대, 한국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이화여대, 한양대, 한성대, 동국대, 건국대, 경희대 등의 서울 시내 사립대학들과 지역별 교대, 의대 등은 논술을 전형 요소로 삼는다. 이 대학들을 지원 목표로 삼고 있다면 논술 공부는 꼭 필요하다. 물론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되고, 수시 2학기에서는 논술을 보지만 정시에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대학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학 전형 요소가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니고 또 한 대학만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전형계획을 세워 미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매우 필요하다.
■학교별·유형별로 나눠서 공부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논술 문제는 문제와 제시문, 그리고 조건으로 구성된다. 논술 시험을 보던 초기에는 1200자에서 1800자까지의 답안을 작성하는 논술문제의 유형이 일반적이었다. 서론, 본론, 결론의 삼단 구성으로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답안을 써내려 가는 식이었다. 학생들은 긴 글을 써본 경험이 별로 없어 제대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거나 수준 이하의 논술문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대학들은 논술 문제를 다음과 같은 유형의 문제들로 바꿔 출제했다.
Ⅰ. 제시문 (1)을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20점)
Ⅱ. 제시문 (2)의 논지를 밝히고, 이와 대비하여 제시문 (3)을 해설하시오.(40점)
Ⅲ. 제시문 (4)의 〈표 2〉에서 유형 Ⅰ과 유형 Ⅳ의 특징을 각각 설명하고, 두 유형 간의 차이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하시오. 그리고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한국 사회의 불신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술하시오.(40점)
위는 2008년도 고려대 정시 논술 문제이다. 먼저 제시문 4개를 읽고 주어진 논제를 조건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다. 살펴 보면 먼저 제시문 (1)을 읽고 400자 내외로 요약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제시문 (2)와 (3)을 읽고 해설하고, 제시문 (4)의 표를 활용하여 논제가 요구하는 답을 쓰는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과 같은 조건을 유의사항에 달아놓았다.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Ⅰ은 400자(±50자), Ⅱ와 Ⅲ은 각각 700자(±50자)가 되게 할 것.
과거에는 1800자 내외의 글쓰기로 출제했던 문제를 학생들이 글 쓰기 편하게 3단계로 나눠 구성하고 각기 분량을 주어 글을 구성하게 유도한 것이다. 논술 초기와 비교하면 대단히 친절한 문제 구성이다. 학생들이 논제를 읽고 제시문을 활용하여, 서론, 본론, 결론을 구성하고 글을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2008년도 고려대학교 논술 문제 유형의 경우는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 제시문 (1)을 읽고, 요약하여 쓰고, 제시문 (2)와 (3)을 읽고 (2)의 논지를 밝힌 후 (3)을 해설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4)의 표를 해석한 뒤, 유형 Ⅰ과 Ⅳ의 특징을 서술하고, 유형의 차이를 밝혀 쓰고,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한국 사회의 불신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만 쓰면 되는 것이다.
많은 논술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게 정답이다.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만 쓰면 더할 나위 없는 답안이 나온다. 논술은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대뿐 아니라 대다수 논술 시험을 보는 대학들이 고려대와 같은 유형의 논술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에 비문학 지문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400자 또는 200자 분량으로 요약해서 써보자. 매우 유용한 요약 연습이 된다. 한꺼번에 1800자를 쓰려고 하지 말고, 200자에서 400자, 600자, 800자 식으로 분량을 천천히 늘려가도록 하자.
학교마다 출제하는 내용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해당 년도에 중요한 이슈가 됐던 사건들, 또는 그 배경지식, 우리가 평소에 읽어두어야 하는 동서양 고전들을 바탕으로 출제된다. 따라서 학교별 유형은 이렇다, 저렇다 하고 나눠서 공부하는 것은 추천할 만한 공부법이 못된다. 평소에는 전체적인 논술 공부를 하다가 시험을 볼 때가 되었을 때 학교별 유형을 익히는 실전 글쓰기를 하는 것이 좋다.
■자료를 활용하는 논술 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쓰기 문제와 신문을 활용하자
논술 문제들이 통합형으로 바뀌면서 통계 자료나 표가 시험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표를 읽는 것이 뭐가 어렵겠냐 싶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표의 수치를 읽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의 맥락을 읽는 것에는 서툰 것이 사실이다. 숫자는 읽지만 의미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도 고려대 유형처럼 표를 읽고 그 내용을 활용하여 답을 써야 할 경우 학생들은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수치를 그대로 답안에 적어놓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숫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숫자가 갖는 의미를 찾아내는 이해력과 자료 분석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문제 유형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언어영역 쓰기 문제와 신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쓰기 문제에는 표를 보고 개요표를 작성하는 문제나, 통계 자료를 주고 그 의미를 묻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시중에는 쓰기 문제만 모아서 구성해 놓은 쓰기 문제집들이 많이 있다. 자료 제시형 문제에 약하거나 숫자에 약한 문과생들의 경우 쓰기 문제집을 따로 구입해서 풀어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기출문제들을 모아놓은 문제집도 출판사별로 다양하게 나와있으니 활용해 보자. 이때 문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다 풀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푸는 것이 더욱 좋다.
쓰기 문제를 계속 풀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서 이슈로 삼고 있는 것들이 대개 시험에 출제가 된다는 것. 주택정책의 문제점, 노인문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사회문제, 청소년 문제, 정치인들의 윤리 도덕성에 대한 지표, 청년 실업,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쓰기 문제로 출제된다. 이 문제들이 바로 논술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신문과 쓰기 문제를 함께 활용하자. 신문을 볼 때, 모든 면을 다 꼼꼼하게 읽으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읽자. 경제면, 문화면, 사회면을 주로 보되, 특히 경제면의 경우 통계자료나 수치의 인용이 빈번히 사용되므로 표와 기사를 함께 읽으면 표를 읽고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요약형 문제의 경우 그대로 베끼지 않도록 주의한다
요약하면 본문 내용을 짧게 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것은 베끼기다. 논술 문제마다 첨부되는 조건 중 하나가 '본문 내용을 단순 요약하거나 그대로 옮기지 말 것'이다. 난감하다. 요약은 분량 줄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단순 요약도 안 되고, 그대로 옮기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무엇을 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1번 문제가 이렇게 출제된다. 1번부터 막히니 2번으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논술 문제들이 복수로 출제될 경우 1번부터 풀어가야 문제가 풀리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1번이 안 풀리면 다른 문제들은 풀리지 않는다. 1번은 중요하다. 요약형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내용을 그대로 베끼지 말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어떻게 설명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지문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예를 들기도 하고, 또 내용을 덧붙여 이해를 돕기도 한다. 바로 그것이 학교에서 요구하는 답이다. 어렵지 않다. 요약형 문제의 답은 학생이 이해한 제시문의 내용을 쓰는 것이다. 논술은 모범답안 외우기가 아니다. 획일적 답안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니다. 백명의 수험생이 있다면 백명의 수험생의 답안은 달라야 한다. 핵심내용, 즉 주제는 같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그 사람의 가치관, 환경, 습관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학생의 답안이 다른 학생의 답안과 일치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모범답안을 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문학 지문을 보면서 제목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 보자
처음 연재할 때도 강조한 바 있지만, 비문학 문제는 논술 문제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 학생들이 문제집을 풀 때 지문 읽고 문제 풀고 채점한 후 그냥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제목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 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문제집의 경우에는 제목이 상단에 같이 나오고, 모의고사의 경우는 해설지에 출전과 단락별 핵심내용이 나온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의 불신문제'(고려대 2008년)에 대한 글이라면 내용을 보기 전에 한국 사회의 불신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사회의 불신문제가 이 글의 주제라고 한다면, 학생의 경우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먼저 불신에 대한 의미를 정의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불신문제에 대해 써야 한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한국 사회의 불신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되, 청소년의 불신문제나 학생들의 불신문제에 골몰해선 안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문제가 있음을 파악하여 전 분야에 걸친 불신문제에 대한 사례를 찾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 예측한 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므로 각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써야 할 것이다. 학생이 이런 글의 계획을 구성해 볼 수 있다면 바로 이것이 글의 개요표가 된다. 자신이 생각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후 저자의 글과 비교해 보자.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저자의 생각이 본인과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는 자신의 생각이 더 적합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