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서대국 일본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

문화관광부가 25일 발표한 '2007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지난 한 달간(조사 시점 기준) 읽은 책의 권수는 한국이 평균 1.8권, 일본이 1.5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에 한국 평균 1.5권, 일본 1.4권이었던 결과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인의 독서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독서실태는 2007년 12월 한국출판연구소 주관으로 현대리서치가 만18세 이상 남녀 성인 1000명, 4학년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학생 2700명을 나눠 조사한 것이고, 일본 통계는 지난해 10월 마이니치신문 조사결과를 참고했다.

◆"도서문화의 질 한참 뒤져"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비교로 한국의 독서 우위를 믿는 건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04년 조사에서 양국 성인 월평균 독서량은 1.3권으로 같았으나, 월 평균 3권 이상 읽는 비율은 한국 14.5%, 일본 17.7%, 월평균 10권 이상 읽는 비율은 한국 1.1%, 일본 2.1%로, 다독자의 독서량을 따지면 일본이 월등했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공공도서관이나 출판물의 질, 출판 종수, 문고판 활성화 등을 고려하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독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잡지 열독량을 따지면, 성인의 경우 일본(2.1권)이 한국(0.6권)의 3.5배, 중학생은 일본(4.9권)이 한국(0.3권)의 16.3배였다.

1993년 시작된 독서실태 조사는 이번이 10회째로, 예산부족 탓에 거의 격년제로 시행됐다가 지난해와 올해 연간 40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실시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1권으로, 전년(11.9권)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함없는 독서 빈국(貧國)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 이상 읽었다"는 응답자 비율(독서인구 비율)은 76.7%로 나타나 2006년 75.9%, 2004년 76.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 학생의 독서인구 비율은 90.6%로 2006년(89.6%)·2005년(89.0%)과 비슷했으나, 초등학생(96.7%)과 고교생(85.7%)의 격차가 컸다.

"여가시간에 무얼 하는가"에 대해 '독서'라고 답한 성인은 9.6%로, 1위 응답인 'TV시청'(24.1%)에 훨씬 못 미쳤다. 인터넷 이용(9.0%), 신문·잡지 읽기(7.1%) 수면·휴식(6.9%)이 뒤를 이었다. 반면 중학생의 경우 독서(5.9%)는 TV시청, 컴퓨터 게임, 인터넷, 음악감상, 친구와 어울림, 휴대전화 이용에 밀려 7위였다. 고교생의 독서 비중(6.9%)은 TV시청, 인터넷, 컴퓨터 게임, 음악감상에 이어 5위였다. 백원근 연구원은 "학생들의 독서 생태계가 인터넷·컴퓨터에 잠식되고 있지만, 가정과 학교가 이를 지킬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읽으면 작문도 안 돼

"글읽기·글쓰기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가"라는 설문이 이번 조사 항목에 처음 포함됐다. "글읽기에 자신 있다"는 응답은 성인 32.8%, 학생 47.7%였고, "글쓰기에 자신 있다"는 답은 그 절반도 안 되는 성인 14.5%, 학생 22.5%였다. 출판연구소는 "읽기와 쓰기 자신감은 비례하며, 작문에 자신이 없다는 것은 독서량의 절대 부족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성인 중 지난 1년간 공공도서관 이용자 비율은 33.3%에 불과했으며,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바빠서"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대부분이었다. '집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성인 응답자들은 PC방, 노래방, 비디오대여점, 서점, 도서대여점 순으로 답해 독서공간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