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남장현 기자]'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자서전 제목이다. 안익수 감독이 이끈 한국 여자대표팀의 모습이 딱 이랬다. 지난 24일 중국 충칭 융촨서 막을 내린 2008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은 3전 전패를 기록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5위의 여자대표팀은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는 중국(13위) 일본(11위) 북한(6위)을 상대로 후회없는 승부를 펼쳤고, 2골-9실점을 기록한 채 참가국 4팀 중 꼴찌로 대회를 마쳤다.

솔직히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 없었다. 역대 전적부터 여자대표팀은 상대국들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여왔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과는 1승18패였고, 일본과는 1승7무11패의 큰 격차를 보였다. 북한에도 1승1무8패로 뒤져 있었다.

더구나 대회 준비도 순탄치 않았다. 작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안 감독은 울산 울주 스포츠파크에 25명 선수들을 소집해 지난달 13일부터 2주 가량 1차 훈련을 실시했고, 이들 중 23명을추려 지난 3일부터 출국 직전까지 약 열흘에 걸쳐 2차 훈련을 했다.

그러나 실업팀들과 사전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안 감독은 ‘여자 박주영’으로 불리는 공격수 박은선을 비롯, 김결실 신순남 진숙희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채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대신 고교 및 대학 선수들이 여럿 포함됐으니 본의 아닌 세대교체였다.

주력들이 빠진 채 진행된 터라 반쪽 짜리에 불과했던 훈련. 모두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안 감독은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강도 높은 체력 트레이닝을 실시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남자 중학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이렇듯 어렵게 준비한 여자대표팀은 비교적 선전하며 앞으로 희망을 안겨줬다. 특히 중국과 첫 경기 0-1로 뒤진 상황에서 박희영(23, 대교)이 2골을 몰아쳐 짧은 시간이나마 역전승의 기대를 품게 했다.

비록 2-3로 재역전패했으나 한때 세계 최강국 중 하나로 군림했던 중국을 상대로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투지와 저력은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워낙 아쉽게 진 탓일까, 페이스를 잃은 한국은 이어진 일본전에서 0-2로 패한 데 이어 북한과 최종전마저 0-4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틀림없이 희망은 있었다. 선수단 평균 연령이 23세에 불과한 젊은 팀이다보니 실점 이후 분위기에 쉽게 휩쓸린 면도 없지 않지만 중국과 나란히 어깨를 견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과 북한전서도 전반은 물론, 60분대까지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

2005년 국내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여자부 첫 대회에서 2승 1무로 정상을 밟았던 한국이 이번에는 비록 3전 전패로 꼴찌를 기록해 디펜딩 챔프의 위용은 떨칠 수 없었으나 그저 높아보였던 세계와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기에, 자연스런 세대 교체를 이뤘기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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