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남장현 기자]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원희’의 오명은 없었다. 역대 70번째 한일전은 아쉽게 1-1 무승부로 끝났으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조원희(25, 수원 삼성)는 강한 체력과 폭넓은 활동량으로 일본 허리진과 대결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23일 밤 중국 충칭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제3회 동아시아선수권 대회 일본과 최종전에서 조원희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반 14분 터진 염기훈의 선제골에 간접 기여했다.
김남일-오장은과 함께 3-5-2 시스템의 허리진을 책임지면서 수비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한 조원희는 일본 중원이 공간을 내주자 상대 문전을 향해 깊숙이 찔러줬고, 박원재가 이를 크로스로 연결한 뒤 염기훈이 멋진 터닝슛으로 가와구치가 지킨 골네트를 갈랐다.
사실 조원희는 유일한 홀딩맨이었다. 김남일과 오장은의 실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일본과 경기에서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홀로 남은 조원희는 일본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공세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봉쇄했고,볼 흐름을 차단했다.
박원재와 이종민이 위치한 좌우 측면 날개가 활발한 돌파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조원희를 비롯한 중원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공수를 조율한 탓이었다. 조원희는 상대 역습시 수비에 가담했다 어느새 중원 한복판에서 볼을 배급할 지점을 찾고 있었다.
물론 문전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조원희는 저돌적인 투지로 상대 미드필더들을 따돌리며 좌우 측면을 파고들다 크로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 최전방 공격진에 연결되진 않았으나 일본의 공세를 미리 차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경기가 조원희의 개인 통산 19번째 A매치. 혹독한 허정무 감독의 체력훈련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던 조원희는 적극적인 투지와 자세로 일본의 중원을 휘저었고, 강한 압박을 통해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허 감독의 끝없는 실험. 조원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른쪽 풀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조원희는 후반 12분 김남일이 빠지고 구자철이 투입되며 수비 부담이 더욱 늘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패스 빈도가 떨어진 게 흠이라면 흠.
아깝게 후반 22분 야마세에 동점골을 내줬으나 종료까지 변함없는 기동력과 투지를 보였던 조원희. 뒷공간을 자주 노출해 한국 공격진의 주 볼배급 루트가 됐던 일본의 수비형 미드필더 스즈키의 플레이와 비교하면 두말할 나위없이 이날 경기의 숨은 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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