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공군사관학교 첫 여성사관생도 입학생. 2001년 공군사관학교 여성 첫 수석졸업생. 한국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32세 황윤지 대위(공사 49기)를 수식하는 말에는 유난히 '첫', '처음'이란 말이 자주 붙는다.
"특별히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기 보다는 여자는 사관학교에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사관학교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었어요. 제복을 입는다는 게 너무 멋있게 보이는 거예요. 그런 이유로 이 길을 택했고, 전투기까지 몰게 되었습니다. 사관학교에 가면 제가 영화 '탑건'의 주인공인 톰 크루즈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금녀의 하늘에 첫 날갯짓을 한 여성 전투기 조종사 1호 황윤지 대위를 월간 톱클래스3월호가 인터뷰했다.
황 대위는 고3때부터 공군사관학교를 준비를 했지만 졸업 후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입학해야 했다. 고3때 '사관학교에서도 여자 생도를 뽑는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 다음해부터 뽑았기 때문이다. 황 대위는 여대 1학년 때 다시 입시 준비를 해 우리나라 역사 최초로 사관학교에 입학한 20명 중 한 명이 됐다. (육사는 1998년, 해사는 1999년부터 여성 입학을 허용했다.)
황 대위는 처음에는 하늘을 날기보다 정보요원이나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뭐든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종사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그에게도 넘기 어려운 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군대 축구’. “남자와 여자는 신체구조도 다르고, 근력이나 힘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군대에서 하는 축구는 그런 거 안 봐줍니다. 한 팀이 되면 무조건 같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몸을 부딪혀야 합니다”라고 엄살을 떤 그는 곧이어 ‘비행 예찬론’을 펼쳤다. “비행은 참 공평한 것 같아요. 남자든 여자든 계기판과 조종대만 조작할 수 있으면 그렇게 커다랗고,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날게 되니까요. 정말 실력으로 승부하는 몇 안 되는 세계인 것 같습니다.”
그는 현재 '제공호'로 잘 알려진 F-5기를 조종한다. 2001년5월부터 하늘을 날기 시작해 총 650시간의 비행시간(전투기 조종시간 420시간)을 가진 베테랑 '파이터'다.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는 '파이터'로, 비전투기 조종사는 '파일럿'으로 부른다.)
그는 '파이터'만의 특권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을 꼽았다.
“야간비행을 마친 후 한숨 돌리며 기지로 귀환할 때 가끔 대도시 쪽에서 올라오는 불기둥을 봅니다. 지상의 가로등, 네온사인, 건물 안의 조명들이 하나로 뭉쳐 불기둥처럼 공중으로 치솟아 오릅니다. SF영화의 특수효과 이상의 환상적인 광경이 연출됩니다. 전투기 조종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들이죠.”
그는 역설적으로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지상의 빛으로 인해 활주로로 착각할 수도 있고, 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 배의 불빛으로 하늘과 바다를 분간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파이터는 이런 아름다운 광경에도 무감각해져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아름다움을 느낄 때 ‘파이터’는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의 바람은 “후배들에게 믿음직한 선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군인으로서, 파이터로서 좋은 선배가 되는 것이 제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명예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톱클래스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