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 동영상 공유사이트. ‘장애인 괴롭히며 즐기는 XX중 학생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떴다. 1분 35초 분량의 이 동영상엔 앳된 얼굴의 남녀 중학생 10여 명이 등장한다. 한 남학생을 투명 비닐에 둘둘 말며 웃던 이들은 이내 비닐로 싼 학생을 바퀴 달린 작은 수레에 올린 뒤 언덕 아래로 끌고 달리다가 내팽개친다. 한 아이가 “돼지고기 배달”이라고 외치자 다른 친구가 “게임은 시작됐다”며 웃는다. 이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지금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정신지체 장애인”이라며 “저 죄를 다 어떻게 받을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악마의 자식들이 따로 없는듯하다”고 썼다.

반응은 엄청났다. 이날 영상은 공개된 지 반나절도 안돼 5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장애우’를 저렇게 때린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정신 나간 것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너희들이나 돼지고기 돼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감당하기 힘든 혐오 동영상”이라며 “저대로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분노했다. 동영상은 곳곳으로 퍼졌다.

학교는 곧 진상조사에 나섰다. 확인 결과 이 동영상은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졸업식을 3일 앞둔 지난 12일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학생이 촬영, 자신의 미니홈피에 ‘즐거운 점심시간’이란 제목으로 올렸고 20일, 이를 다른 네티즌이 제목을 바꿔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렸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으로 등장한 학생은 소속은 특수반이지만 장애우가 아니다”며 “친구들끼리 좀 심하게 놀았던 것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오해를 사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 학생으로 등장한 박모군 역시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점심 시간에 친구들이 짐수레를 주워와 놀면서 장난친 것”이라며 “학대 당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또 “가해자로 지목된 정모양이 제목을 바꿔 동영상을 퍼뜨린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처음 동영상을 올린 한 학생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저희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하며 놀았던 것이 여러분이 보기엔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고 썼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네티즌들은 이들의 미니홈피와 전화번호를 파악, 여기저기 게시판에 뿌렸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학생들에게 모르는 번호로 욕설 문자가 날라오고 미니홈피가 초토화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청소년의 폭력성, 다른 하나는 UCC의 폐해다.

◆UCC의 피해, 어디까지?

지난 20일 세계일보는 ‘알몸졸업식’ 후유증에 시달리는 최모양에 대해 보도했다. 최근 서울 모 중학교를 졸업한 최양은 졸업식 당시 친구들과 서로 옷을 찢고 놀던 모습이 찍혀 휴대폰번호와 미니홈피 주소가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랐다. 최양은 “’생각이 있는 거냐’라는 문자가 오고 네티즌들이 미니홈피에 음란한 글을 남기기도 해 얼마 전에 폐쇄했다”며 난처한 상황을 호소했다.

‘알몸졸업식’ 이후 몇몇 네티즌들은 이 같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모아 올렸다. 일부 사진들은 음란 사이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문제는 네티즌이 직접 만들어 찍어 올리는 UCC(User Created Contents)의 경우, 동영상이나 사진에 노출되는 이들의 신분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 한 네티즌은 "대개의 경우 중학생을 비판하는 목소리보다는 노출, 알몸에 초점을 맞추는 글들이 많다"며 "알몸졸업식이 문제면 사진을 한 장만 올리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그 UCC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인터넷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작년 2월초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자 두명이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이 찍힌 '성폭행 동영상'이 한 UCC 사이트에 올랐다. 당시 네티즌은 "가해자를 찾아라"며 분노했지만 경찰 수사결과 이 동영상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성추행 당한 여중생은 남자가 분장한 것이고, '가해자'로 묘사된 학생들과 함께 공모했던 것. 이 동영상을 올린 제작자는 파문이 커지자 촬영과정을 보여주며 UCC의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서 이같은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폭력성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

한편으로 이런 UCC를 통해 청소년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많다.

지난 15일 서울 중랑천변에서 남자 중학생 10여 명이 졸업기념으로 벌거벗고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온 이후 ‘엽기적’인 졸업식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졸업빵’이란 제목의 동영상은 졸업하는 학생들을 무릎 꿇게 한 뒤 십여 명의 학생들이 집단으로 욕설과 폭행을 자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충격 알몸 졸업식’이란 제목의 동영상에선 남녀 학생 10여명이 속옷을 포함한 옷을 모두 벗고 밀가루와 계란, 식초, 먹물, 케첩 등을 서로의 몸에 뿌린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와 관련, “추억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적인 전통이 자행되고 있다” “심각한 폭력이나 발가벗기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학교에서 졸업장까지 받아서 나간 학생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검사할 수 없으니 경찰에서 풍기 문란죄로 단속해야 하고 그 부모에게도 경고하는 조치 등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