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비교적 승승장구해온 K그룹 마케팅 담당 김 부장. 그의 가슴에 때이른 '봄바람'이 찾아왔다. '나도 한번 직장을 옮겨봐?' 올해 그의 나이 마흔 살. 앞으로 40년은 더 살아야 하고 임원 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닌데, 더 늦기 전에 새 인생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를 앉혀놓고 자정이 넘도록 들볶았다. "스시 요리를 배워 캐나다로 이민을 갈까?" "학원 사업을 해볼까?"
◆일생에 8번 직업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김 부장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새 인생을 준비했다가는 100전 100패다. 직업심리학자이자 최근 '한국직업발달사'를 집대성해 화제를 모은 경기대 김병숙 교수는 "직업을 바꾸고 싶다면 적어도 5년 전부터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40대가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맞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3·고3·대4·27세·40세에 직업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한 직장에서 평균 8년 근무하며, 한 곳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옮기고 싶어한다"고 분석하면서 "특히 마흔 살에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원초적 질문으로 돌아가 이전과는 다른 대 전환을 꿈꾼다"고 말했다. "40대 이후엔 명문대 못 나온 게 흠이 안 되죠. 그간 쌓아온 경력과 인맥,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해요. 미래학자들은 120세까지 일하는 날이 도래하고 일생에 8번 직업을 바꿀 수 있다고 예견합니다."
◆나이 마흔, '커리어 맵'을 그려라!
그럼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일단 '자기 진단'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지?' '언제 나는 상처를 받지?'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게 무엇이지?' '나의 하루 생활패턴은?'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객관적 자기 판단을 해야 한다. 혼자 하기 힘들면 직업심리상담과 적성검사를 해주는 곳의 도움을 받자.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버티는 내공도 중요하다. "만기가 안 된 적금을 깨면 손해를 보듯"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과 관심 분야를 토대로 5~6개의 직업을 추출한 뒤 커리어 맵(career map)을 그리고 생애 설계를 하라. 단, 현재 직업과 나중에 할 직업들에 반드시 교집합 부분이 있어야 한다. ▲커리어 맵을 정했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그 직업과 관련된 사람을 인터뷰하고 정보를 수집한 뒤 최소 3개월~2년간 직업훈련을 받아라. ▲준비가 되었다면, 박수 칠 때 떠나라.
◆'경력'에 타고난 '성향'을 조합해야
자신의 직업적성을 잘 모르겠다면 진로심리학자 존 L. 홀랜드가 사회형(S)·탐구형(I)·예술형(A)·진취형(E)·현실형(R)·관습형(C)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홀랜드 직업적성검사'를 받아보면 좋다. 홀랜드는 한 사람이 보통 3가지 성향과 능력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홀랜드 이론을 토대로 김병숙 교수는 40대에 '자기 경력+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유망직업을 재구성했다.〈표 참조〉 예를 들어 남을 가르치고, 안내하고, 돕는 분야의 경력이 있고 여기에 진취적 성향을 갖고 있다면 '사회형 경력+진취형 성향'에 해당되는 유치원 원장, 사회복지사, 바리스타, 목사, 해외여행가이드, 아로마 테라피스트 등을 차기 직종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선택한 직업이 기술 습득을 요한다면 양질의 직업훈련을 받거나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한국폴리텍대학(www.kopo.ac.kr),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www.sevo.or.kr), 한남직업전문학교(www.hannamvs.or.kr), 상계직업전문학교(www.sangyevs.or.kr), 엘림직업전문학교(www.elimtown.org) 등을 추천했다. 여성이라면 각 시·도에 설치된 여성인력개발센터(www.vocation.or.kr)에서 특화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