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 방화사건의 용의자인 채모(70)씨가 종묘 등 문화재와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방화범 채씨가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고려했으나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채씨는 또 종묘  등 다른 문화재에 대해서도 범행을 시도했으나 경비가 삼엄해 포기했다”며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시설도 생각했으나 인명피해가 심할 것 같아 역시 포기하고 접근이 용이한 숭례문을 골랐다”고 말했다.

채씨가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불을 질러도 인명 피해 우려가 적고 접근이 쉬웠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채씨가 작년 7월과 12월 중순 2차례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미뤄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방화 당일 거주지인 강화도에서 출발, 경기도 일산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시청과 숭례문 사이에서 하차해 숭례문까지 걸어갔다. 이후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해 2층 누각으로 올라가 시너를 담은 1.5리터 페트병 3개 중 하나를 바닥에 뿌리고 나머지 2병은 옆에 놓은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채씨는 범행을 마친 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일산 아들(44)의 집으로 가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강화도 전처의 집으로 갔다가 경찰의 추적에 덜미를 붙잡혔다.

채씨는 범행 후 아들에게는 숭례문 방화 범행사실을 털어놨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일단 채씨의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으나 공범 유무와 추가 혐의 여부에 대한 보강 조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조만간 채씨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채씨는 이날 "뉘우치고 있나"는 취재진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직업이 없는 채씨는 이전에 철학관을 운영했고 약품 배달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