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올드트래포드 구장의 출입구 한쪽 벽엔 날짜가 멈춰 선 한 맺힌 시계가 걸려있다.

바늘은 돌아가지만 날짜는 1958년 2월 6일로 맞춰져 있다. 그 밑에 박혀있는 '뮌헨(Munich)'이라는 도시명도 영원하다.

맨유가 6일(이하 현지시각) 뮌헨 참사 50주기를 맞는다. 반세기전 매트 버스비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이날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레드스타를 꺾고 유러피언컵(유럽 챔피언스리그 전신)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즐거운 귀국길에 올랐다.

공격수 조니 베리가 여권을 잃어버려 1시간이 지연된 것 외에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중간 급유를 위해 독일 뮌헨에 기착했고, 이륙 준비가 끝났다.

그러나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 속에 이륙은 쉽지 않았고,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오후 3시4분. 비행기는 3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이륙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추락하며 공항 담벼락을 들이 받았다. 비행기는 두 동강이 났고, 행복한 비명은 절규로 변했다.

주장 로저 바이른을 포함해 7명의 선수는 그 자리에서, '버스비의 황태자' 던컨 에드워즈는 15일간의 사투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 또 기자, 구단 스태프 등 15명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버스비 감독과 후에 영국 축구의 전설이 된 바비 찰튼을 비롯한 선수 9명 등 총 19명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여권을 잃어버린 베리는 목숨은 건졌으나,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맨유와 잉글랜드는 물론 국제 축구계가 비통에 잠겼다. 특히 맨유는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팀 재건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돼 소매를 걷어올렸다. 맨유의 시대 정신이자 전세계 축구팬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50년이 흘렀다. 맨유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 한켠에 그 날의 아픔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맨유의 일원인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 맨유와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서는 뮌헨 참사 50주기 관련 갖가지 추모행사가 벌어진다. 6일 잉글랜드 축구 성지인 웸블리에서 벌어지는 잉글랜드-스위스의 친선경기에 앞서 관중과 선수들이 1분간 묵념을 한다.

맨유도 추모식 준비를 마쳤다. 50년 전의 전사들도 다시 초청했다. 올드트래포드 정면에 서 있는 버스비 감독의 동상 뒤 유리 벽면을 레드스타전에 출격했던 선수들의 대형 사진으로 채웠다.

또 10일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 때는 그 날이 재연된다. 50년 전의 유니폼이 등장한다. 스폰서 로고가 빠지고, 유니폼 뒤에 새겨진 이름도 사라진다. 선수들은 1번에서 11번까지만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도 검은 리본을 달고 일전을 치를 예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958년 2월 6일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욱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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