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자동차 정비업체. 고향길로 가는 장거리 운행에 앞서 점검을 받으려는 승용차 5~6대가 줄지어 있었다. 인근 대형 정비서비스센터에서도 정비사가 리프트(lift)로 들어올린 차체의 밑바닥을 검사하고 있었다. 르노삼성자동차 성수사업소 김현준 정비팀장은 "요즘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난 하루평균 120대 이상의 차량이 정비·점검을 받으러 온다"고 말했다.

성수동은 자동차 종합정비업체 50여 곳을 비롯해 정비업소 100여 개가 몰려 있는 서울 시내 최대 자동차 정비단지. 설 연휴를 앞두고 정비를 받으러 오는 차량들이 부쩍 늘었다.

◆자동차 정비업체 100여 개 몰려있어

성수동 정비단지는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던 이곳에 정비업체가 하나 둘씩 생겨났고 70~80년대 자동차 증가에 따라 정비업체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자동차 정비업체는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여겨져 주택가에 자리잡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동구청 진복수 교통행정과장은 "성수동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요지인데다 정비업체가 들어서기 쉬운 준공업지역이라는 이점 때문에 정비단지를 이루게 됐다"며 "강남에는 높은 땅값 때문에 정비업체가 들어서기 부담스러운데, 성수동은 성수·영동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으로 이어지고 지가(地價)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공업지역에는 폐차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동차 관련시설이 들어서는데 문제가 없다. 1000㎡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종합정비업체도 성수동에는 50여 곳이나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오래 전부터 이곳에 대규모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려한 자동차 쇼룸(전시매장)을 갖춘 르노삼성자동차 성수사업소 정비센터는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하4층, 지상7층의 건물에는 층별로 판금·도장·경정비 등 정비 분야별로 다양한 작업장이 있다. 고객들은 카페에서 음료나 간식을 즐기면서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차가 어떻게 정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00여개의 자동차 서비스센터와 정비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동차 정비단지.

◆강남 가까워 수입차 정비센터 많아

한양대학교에서 용비교를 건넌 뒤 좌회전을 해 중랑천을 따라 가면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쌍용자동차 서비스센터를 지나 렉서스, 르노삼성, GM대우 등이 눈에 띄고, 길가에서 골목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소규모 수입차 정비소들을 만나게 된다.

성수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 지역과 닿는 입지 때문에 성수동에는 수입차 정비센터가 많다. 렉서스, 아우디, 혼다, 볼보, 크라이슬러, 재규어, 페라리 등 웬만한 메이커의 서비스센터는 거의 찾을 수 있다. 렉서스는 정비센터 인근에 정비기술자들을 교육하는 '트레이닝 센터'도 운영중이다. 중고 수입차 판매와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복합센터 '모터시티'도 성수동에 있다.

프랑스의 푸조도 지하4층, 지상7층의 대규모 서비스센터를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정비센터뿐 아니라 전시장, 영화감상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자동차 특화구역으로 육성"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는 성수동을 자동차 특화구역으로 키울 방침이다. 자동차 정비를 비롯해 전시·판매·유통 등이 집적된 종합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관련 첨단사업을 유치하는 한편, 한양대학교와의 산학(産學) 교류도 추진할 예정이다.

성동구 은희소 도시선진화추진단장은 "인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성동구와 현대자동차가 구상중인 110층짜리 초고층 빌딩에도 몇개 층을 할애해 자동차 테마파크를 들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