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2만9000여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는 최근 한남동·이태원·이촌동·서래마을 등을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하는 등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밀집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시내에 있는 외국어 카페에서 차 한 잔 나누면서 외국인들과 친구가 되어 보자. 외국어를 배우고 우정도 키워갈 수 있다. 외국어 카페가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국제 감각도 키울 수 있는 '국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1년 전통의 가케하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일본어 카페 '가케하시'는 1997년 문을 열었다. 카페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만화책과 잡지를 비롯해 각종 일본 책들이 눈에 띈다. 일본 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와 다트 게임기도 마련돼 있다.
'가케하시(架橋)'라는 이름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자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신촌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요일별로 동호회원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카메라 모임, 보드게임, 일본 영상물 감상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가케하시의 회원이 되면 1대1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일본인 유학생 등을 소개시켜 준다. 비회원들은 이곳에서 요일별로 진행되는 일본어 스터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기본 문법부터 비즈니스 회화까지 다양한 과정이 마련돼 있고 비용도 한달에 3만~4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최영선(23)씨는 "자연스럽게 말할 기회가 많아 일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일본인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카미무라씨는 "어학당에서는 궁금한 점이 있어도 질문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의 한국인 친구들에게는 편하게 물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02)332-0505
◆다양한 중국차 갖춘 라오 상하이
신촌역 인근에 있는 라오 상하이도 중국과 중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한국인과 중국인 유학생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카페 안의 중국어 교재, 잡지, DVD 등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스터디(study)실도 빌려 쓸 수 있다. 별도의 회비는 없고, 여느 카페처럼 음료만 주문해도 된다. 보이차, 자스민차 등 12가지 중국 전통차가 마련돼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가격은 5000원이고 학생증을 가지고 있으면 30% 깎아 준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진행하는 중국어 무료 강좌도 인기다. 매주 금요일에는 중국 요리법을 전해주는 '요리교실'이 열리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엔 중국관련 사업가들이 모이는 '비즈니스 차이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중국 유학을 앞두고 있는 이윤조(30)씨는 "이곳에 다니면서 중국어 성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02)715-1542
◆영어 카페 'Huh', '청담 잉글리시카페'
강남역 인근 파고다 타워 11층에 있는 영어카페 'Huh'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한국말을 쓰지 않는 것. 대신 한국어를 제외한 모든 언어가 허용된다. 한국말을 쓰다 걸리면 경고의 의미에서 옐로카드를 받고, 반복되면 카페에서 쫓겨난다. 입장료 3000원을 내면 카페 안에 있는 포켓볼, 보드게임 등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음료수도 1500~2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외국어학원의 수강생들이 많이 오지만,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찾을 만한 곳이다.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에는 다양한 파티도 열린다. 혼자 오더라도 이곳의 스태프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걸어준다. 이선우(31)씨는 "어학연수를 가기 전 회화연습을 하려고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02)2051-4000
강남구 청담역 인근의 청담잉글리시카페는 영어에 관심있는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 주부 2명이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10년 동안 지낸 경험, 영어교사 경력 등을 살려 손님들에게 회화나 문법 지도를 해준다. 주로 12회 이용권(5만원) 등 쿠폰제로 운영되는데, 5000원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된다. 음료나 쿠키 등은 공짜다. (02)541-9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