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30일 "영어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인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도 내용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영어발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제가 'press-friendly(언론 친화적)'란 말을 했더니 언론에서 모두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썼더라. f 발음은 '후렌들리'가 맞다"고 했으며, "제가 미국에서 '오렌지(orange)'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오�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고도 했다. 대학 졸업 후 1960년대 미국에서 유학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는 "발음을 할 수 있는데 표기가 잘못돼 거기(발음)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외국사람들도 못 알아듣고 우리도 주눅든다"고 했다.
문화관광부 소속 국립국어원은 이날 본지 문의에 대해 "인수위와 사전 논의된 바는 없다"며 "외래어 표기법은 1986년 마지막 개정된 이후 그대로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수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언어학자나 일반인이 r, f, v, th, z 등 현재 국어 발음에 없는 영어 발음을 나타낼 수 있도록 새 표기법을 창안하거나 중세국어의 순경음(脣輕音·입술을 거쳐 나오는 가벼운 소리)을 부활시키자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국어원은 '어문규정이 수시로 바뀌면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하고 막대한 국가예산과 민간비용이 소요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