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희진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의 1번 타자는 이변이 없는 한 좌타자 이대형(25)의 차지다. 이대형은 지난해 돋보이는 활약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골러브를 수상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대형이 지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잘나갈 때 뒤에서 와신상담한 선수가 있다. 작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이대형과 LG의 톱타자를 걸고 경쟁을 했던 좌타 외야수 오태근(30)이다. 오태근은 올 시즌이야말로 이대형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만큼 절박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태근은 휘문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가까스로 2002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대학 시절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어깨가 말썽이었다. 그와 아마추어 시절을 함께 보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그의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을 장점으로 기억한다.

LG 입단 후 그는 2005년까지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타석에 설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1군 경기에 출전한다는 자체도 사실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오태근은 1군에 등록해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우투좌타인 그는 오른쪽 타석에서도 타격이 가능한 스위치히터다. 통산 278타석에 들어서 1할 9푼 4리를 기록했고 26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이 그가 1군 무대에서 팬들과 가장 많이 만난 시간이었다. 시즌 중반에는 톱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70경기 출장에 12도루 타율 2할을 기록하며 빠른 발은 어느 정도 통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태근의 성장은 현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7시즌을 앞두고 LG의 김재박 감독은 이대형과 오태근에게 톱타자 경쟁을 시켰다. 김 감독과 김용달 타격코치는 오태근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며 집중 조련시켰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대형의 손을 들어줬고 작년 시즌 이대형은 3할 8리, 139안타, 53도루(도루 1위)를 기록하며 LG의 톱타자 자리를 굳혔다.

올 시즌 전망도 오태근에게는 결코 밝지 않다. LG의 외야는 좌익수 박용택, 중견수 이대형이 주전으로 나설 전망이고 우익수 한 자리를 놓고 여러 명의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 그 한 자리를 놓고 오태근은 이성렬 정의윤 손인호 그리고 타자로 전향한 김광삼 등과 힘겨운 자리 싸움을 펼쳐야 한다.

발만 빠른 대주자라는 이미지도 걸림돌이다. 통산 타율이 2할이 채 되지 않고 타격 능력에 있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약한 것도 사실이다. 또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가지고도 도루 성공율이 높지 않았다. 대학 때 다친 어깨에 신경을 쓰다보니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오태근에게 남은 가능성은 있다. 안정된 수비력과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주력이다. 그의 수비 범위는 다른 선수보다 월등해 넓은 공간에서 공을 잡아야 하는 외야수에 적합하다. 또 대주자로서 아직도 큰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격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빠른 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기회는 많지 않다. 오태근도 역시 그에게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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