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해놓은 게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죠. 욕심이 없진 않지만 지금도 만족하고 있어요."
배우 김정학은 너무나 겸손한 사람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종종 냉혈한으로 등장하곤 했지만, 5분만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다 보면 정말 가슴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김정학이 종영을 앞둔 주말극 '깍두기'(MBC)에서 호텔 비서실장 '이민기'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깍두기'는 보통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따뜻한 작품이에요. 제목부터 정감 있잖아요? 극중 이민기는 아내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으로 인해 가출까지 감행하는 인물이었죠. 즐겁게 촬영했는데 마지막회가 얼마 남지 않아 아쉽네요."
이 드라마에선 차분하고 착실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그동안 그는 선굵은 역할을 많이 맡았다.
스크린에서만 활동하다 처음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2004년 방송된 '햇빛 쏟아지다'(SBS). 여기서 악역을 맡은 후 줄곧 악역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에게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놓는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악역이 그의 착하디 착한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 "악역을 촬영하고 난 후엔 집에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 게 그 증거다.
'깍두기'에선 조연으로 등장했지만, 스크린에선 이미 두 차례나 주연으로 열연을 펼쳤다.
장동건과 호흡을 맞춘 '해안선'과 판타지물 '아유레디'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주연에 대한 욕심이 그리 많진 않아요. 두 작품 모두 어설프게 주연을 맡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자기 역할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역보다 못한 게 주연인 것 같아요. 그저 저는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어요."
현재 김정학은 영화 '강철중'의 촬영까지 겹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철중'은 영화 '공공의 적'의 세 번째 시리즈로, 김정학은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김형사'로 분해 설경구 유해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제가 연기 경력이 꽤 됐지만 겹치기 출연은 잘 안해요. 한 작품에 올인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론 아주 여유있게 연기 활동을 해온 거죠. 이젠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이라면 어디든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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