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인의 문턱에 서 있는 거 같아요." 올해 스물 아홉인 영화 배우 류승범이 밝힌 최근의 심경이다. 1년 후에 서른이 되는 그는 점점
자신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를 모르고 살아왔어요. 나이가 조금 드니까 이제서야 막연했던 장막이 살짝 걷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코미디와 액션 영화에서 주로
관객에게 많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던 류승범의 진지한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그러나 이내 그가 털어놓는 솔직한 생각들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차와 집이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예전엔 좋은 차에 넓은 집이었는데, 지금은 차도 없고 20평 정도의 원룸에 혼자 살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차, 집 같은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물질로 행복한 건 속는 거 같아요. 잠깐 위로 받는 느낌이죠."
그래서일까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라듸오 데이즈'(감독 하기호)의 라디오 PD 로이드 캐릭터도 기존 류승범의 이미지와는 천양지차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호쾌하게 싸우고,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던 류승범을 이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다. 주로 에너지를 발산해 자신을 드러내던
류승범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더 큰 에너지를 쏟아내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다.
"소유욕이 없는 진정한 한량 캐릭터죠. 내 욕심을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는 게 중요했어요. 주로 다른 사람들 연기에 리액션을
해야 했는데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연기였죠."
주연이 불분명한 '라듸오 데이즈'에 선뜻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변화를 영화에서도 찾았던 것이다.
"기존의 적극적인 제 캐릭터와는 다르다는 게 끌렸어요. 또 제가 밖으론 크게 보여지지만 모두가 주연인 영화 속 일부이거든요."
서른을 문앞에 두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류승범이 보여주는 성장통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 박종권 기자scblog.chosun.com/tony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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